지주사, 90년대 실패경험 걸림돌

정책공조보다 조직안정화에 역점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일어난 지 59일째, 혼란스러웠던 금융권은 이제 진정국면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에 의해 부실저축은행 처리 방안으로 제시된 금융지주회사의 저축은행 인수는 당초 기대와 달리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우리금융지주의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제외하면 답보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지주사들이 저축은행에 대한 뼈아픈 과거로 섣불리 인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당시 은행)는 IMF 위기가 오기전인 1990년대 당시 2~3개 이상의 저축은행(당시 상호금고)을 보유했다.

가장 많은 저축은행을 소유했던 곳은 KB금융지주(당시 국민은행)로 부국금고, 대구국민금고, 부산국민금고를 비롯해 주택은행의 자회사로 있던 주은영동, 주은금고를 인수하며 총 7개 저축은행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부국금고(현 HK저축은행)는 당시 업계 1위를 자랑할 만큼 튼튼한 회사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수많은 저축은행이 KB금융지주의 발목을 잡았다.

저축은행의 영업부실이 줄줄이 이어지며 국민은행에 경영 부담을 안겨준 것. 결국 소유하고 있던 저축은행들을 매각 처리했고 이후 KB국민지주에서 영구 퇴출됐다.

신한금융지주도 신은금고를 보유한 바 있다. 당시 경기악화로 신은금고는 텔슨전자에 매각됐으며 지금은 신라저축은행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90년대 당시 지주사들은 저축은행에 크게 데인 경험이 한번씩 있다”며 “행여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두려워 현재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을 인수하는데 심사숙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신한지주와 하나지주는 경영자 선출과 합병 건으로 각각 내부적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를 잠시 보류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지주는 삼화 인수 때 입찰을 넣었지만 잘되지 않았다”며 “금융권에선 지주사가 빨리 인수해 안정화 되는 것을 원하지만 현재 신한사태 이후 내부 안정화가 우선으로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한 빠른 확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동우 회장의 경우 아직 내정자인데 경영일선에서 단독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아무래도 저축은행 인수는 신한 내부 사태가 해결되고 난 후 논의될 일”이라고 말했다.

하나지주의 경우도 현재 외환은행 인수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지주사들의 지지부진한 인수 속도로 빠른 해결을 원했던 금융당국과 행여나 인수되지 못할까 걱정하는 저축은행 업계는 초조하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ssun@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