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늘어나고 채용은 없어

책임자급 많아 인건비 상승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2금융권의 ‘직장 노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경우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경쟁력 제고 차원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캐피탈은 55세에서 60세로 직장 정년을 늘린데 반해 상반기 정기 신입사원을 모집하지 않았으며 인턴의 정규직 전환도 없었다.

또한 저축은행의 경우 4월로 예정돼있던 신입 공채를 줄줄이 취소하고 소수의 경력직만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캐피탈 경우 2년 가까이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입사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후임이 들어오지 않아 만년 막내 꼬리표를 못 떼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맡는 다중직책으로 야근이 잦아져 직원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은캐피탈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트렌드를 앞세우며 기업 경영하는 곳이 많은데 이곳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며 “몇 년째 신입은 뽑지 않고 정년만 늘면서 직장내 노령화가 가속화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내 인사적체 현상으로 피라미드형이어야 할 인력구조가 캐피탈과 저축은행의 경우 마름모꼴의 기형적 구조로 변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원은 적고 책임자급의 인력만 늘어나다 보니 인건비도 만만찮게 지출돼 현재의 인사정책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늘고 있다.

실제 180여명의 산은캐피탈 직원이 받는 평균 연봉이 8500만원(2009년 기획재정부 발표 기준)이었으며 CEO의 연봉은 1억1600만원(2010년 국정감사 기준) 수준으로 상상을 초월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규모가 작다보니 신입을 새로 뽑는 것이 어렵고 정년도 60세로 늘리긴 했지만 55세 정도면 거의 퇴직하는 분위기”라며 “임금의 경우도 2009년에 임원 임금 25~50%, 대졸 신입사원 임금 25%를 각각 삭감했으며 부서장급 직원들도 임금 5%를 자진 반납한 바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직장 노령화 현상은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상반기 신입 채용을 거의 실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영업 강화를 이유로 은행권에서 임원급 인사를 스카우트 해오는 등 평균 연봉만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 임원 평균 연봉은 대략 1억4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 선이며 신입 연봉은 3000만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기에 신입 채용은 꿈도 못 꾸며 간간히 경력직을 채용하는 상황”이라며 “신입은 없고 직원들의 직책만 높아지다 보니 몇몇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직원 평균 연봉을 상회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장이란 곳이 윗사람이 나가고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는 순환구조로 가야하는데 저축은행의 경우 기존 멤버가 20여년 이상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정체된 인사구조는 안이한 감시체계를 불러와 불법대출이나 회사 임원들의 공금횡령 등의 원인이기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중소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이용하는 고객층의 연령이 높은 편이라 자신들이 거래하던 직원이 바뀌면 굉장히 불안해한다”며 “시중은행처럼 젊은 직원을 전면에 배치하는 생기발랄함은 없지만 친숙함과 노련함으로 고객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s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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