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투자규모 2조원 … 수익현황 함구

글로벌 금융위기로 동반부실 ‘정체상태’
 
증권사들이 PI(Principal Investment, 직접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최근 IB(투자업무)와 IPO(기업공개)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이 드러나면서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

PI란 고객돈이 아닌 자기자본으로 기업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직접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시장통합법 통과이후 PI는 주식 매매 등 중개업무에 치중했던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해 왔었다.

이는 대형 IB(투자은행)로 가기 위한 발판 마련으로 여겨져 왔고 고수익 창출에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많은 증권사들은 이에 대비한 대형화를 추진했다. 특히 PI가 자기자본 확충을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돼줄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2007년 자통법 제정에 발맞춰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PI사업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해외주식, 원자재 개발투자, PEF(Private Equity Fund) 투자 등을 중심으로 각 증권사마다 PI사업 투자 규모는 3000억원 이상, 총 2조원에 육박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기존 부서 통합, PI팀 신설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업무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가 터지면서 IB 등 고수익 투자 부실화가 문제되자 국내증권사들의 PI에 향한 발걸음은 멈췄다.

현재 일부 증권사는 PI사업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간의 PI 사업 현황과 수익 집계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PI사업 현황과 수익에 대해 묻자 “PI와 관련된 부분들은 대부분의 투자기간 자체가 길다”면서 “때문에 수익관련 부분의 집계가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PI사업의 현황과 수익 부분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이 4~5년 전부터 해외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 자기자본투자에 나섰지만 금융위기 후 큰 손실을 내는 등 위축된 모습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자통법 제정이후 일부 증권사들은 PI사업에서 PEF 등 부동산 관련 투자에 몇천억을 투자했지만 리먼사태가 터지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여러 가지로 시련을 겪었다. PI사업을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친 격이기 때문에 대부분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증권사들이 최근 막대한 IB 및 IPO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PI에 선뜻 나서지 못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투자업무 관정에서 한국전력이 보유한 한전KPS 지분 10%의 블록딜 중개를 추진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약 66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우증권과 한화증권의 경우 국내 상장된 중국고섬의 거래정지로 인해 각각 235억원, 153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손실내용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이들 증권사의 영업이익 또한 감소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업무 및 IPO 등 관련 사업에서 저조한 성적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면서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PI사업에 증권사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유는 수익 창출에 있다”며 “이들 사업은 위험성이 큰 만큼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계 IB처럼 기반이 닦기지 않은 현실에서 모험을 한다는 것은 무리수”라고 덧붙였다.

sbg1219@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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