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시스템, 이용률 제로

지원 부족으로 기술보증도 어려워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좋은 일을 해놓고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기보의 ‘사이버 대출 마당’은 문 연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으며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한 중소기업 특례 보증은 실시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신청 수가 0건으로 형편없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보가 공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생색내기용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빈축까지 사고 있다.

기보는 지난 2월 사이버 대출 마당 시스템을 구축하며 중소기업 저금리 대출 활성화에 앞장섰다. 이 시스템은 중소기업이 사이트에 정보를 등록하면 각 은행들이 그에 걸 맞는 대출 금리와 상품을 제시하고 그 중 기업들이 자신에게 적당한 상품을 역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출이 필요할 때마다 일일이 은행을 찾아다니며 ‘을(乙)’ 입장에 섰던 중소기업들이 반대로 ‘갑(甲)’입장에서 상품을 비교하며 편리하게 대출을 받게 된 것.

하지만 현재 이 시스템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유는 은행 참여가 거의 없어 중소기업들이 상품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은행이 참여해야 금리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상품 선택이 가능한데 현재 등록 은행은 기업은행 한 곳으로 시스템 자체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또한 지난 2월 부산 지역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해 기보는 신보(신용보증기금)와 함께 특례보증에 나섰다.

특례보증 내용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예·적금을 보유한 기업과 담보를 제공한 기업에게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주고 보증료 0.2% 감면, 부분보증 5% 포인트 상승 등의 우대를 해주는 것.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두 달여가 지난 11일 현재 특례보증을 신청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2금융을 이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고 기업들에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만약 특례 보증을 받더라도 신용등급 심사 공개 등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런 절차들이 있어 대부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개 절차를 걸치면 기업이 2금융을 이용한다고 소문내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신청하겠냐”고 전했다.

그러나 기보도 할 말은 있다.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100% 정부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보가 좋은 취지로 여러 일을 벌였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시스템으로 인해 오히려 질타를 받고 있다”며 “실질적인 업무 지시는 금융위에서 하는데 그들의 탁상행정에 기보만 욕먹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축은행 관련 특례보증의 경우 금융위에서 제대로 된 수요조사도 하지 않고 제도도입을 추진했으며 사실상 대상 기업이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기보의 대한 정부지원도 줄어 좋은 일을 벌여도 홍보가 되지 않아 묻혀버리고 있다. 심지어 주업무인 기술보증도 직원들이 직접 기업체에 방문해 영업하는 일까지 생겼다.

기보 관계자는 “신보와 함께 있었을 때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찾아와 보증을 받았는데 지금은 역으로 기보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보증을 따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기업체 지원에 홍보가 왜 필요하냐며 기보 예산을 몇 년째 동결하는 등 지원이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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