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좋으면 너도나도 매수 추천만

기관투자자와 ‘불순한 거래’의혹도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증권사들의 기업분석 보고서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주요 증권사가 한결같이 ‘매수’ 추천으로 도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이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지난 10일까지 주요 증권사의 기업관련 보고서 수는 대우증권(698건), 삼성증권(696건), 한국투자증권(600건), 우리투자증권(578건), 현대증권(546건), 대신증권(395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장사들의 ‘투자의견’과 관련된 분석 보고서 가운데 ‘강력매수’를 주문한 보고서는 48건, ‘매수를 제시한 경우는 2676건, ‘중립’을 낸 보고서는 244건이다. 반면 ‘매도’할 것을 주문한 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최근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매도의견을 내놓기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문제는 보고서 내용이 비슷해 신뢰성에 의심이 든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보고서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연구소 김경순 연구원이 발표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투자자 유형별 거래형태와 정보력 결정요인’ 보고서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의 ‘불순한 거래’와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거래량은 증권사 보고서 발표 전 연평균보다 20% 증가했으며 발표일에는 45%나 늘었다. 개인과 외국인은 발표 전에 각각 13.6%와 9.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김 연구원은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표일의 평균 주가와 거래량 반응이 연평균보다 커 보고서가 정보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발표일 이전부터 주가 및 거래량 반응이 나타났다”면서 “특히 기관의 사전거래반응이 다른 투자자보다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정보 누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정보력이 뒤처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보고서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수익 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투자성향의 보고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되도록이면 보고서는 참고만 하고 기업 재무구조 및 업계 동향을 꼼꼼히 따져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성기종 연구원도 “실적추정치에 큰 차이는 없어도 목표가는 애널리스트 개인성향이나 회사별로 달라지기도 한다”면서 “평균적인 의견을 함께 참고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장밋빛 보고서는 달콤할 수 있지만 희망고문에 시달리지 않도록 올바른 투자보고서가 나오길 개인투자자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sbg1219@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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