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평가로 투자자 피해 속출

수익구조 바꿔야 공정성 담보될 듯
 
<대한금융신문=이남의 기자>중견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 위기로 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는 물론 신용평가회사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건설사들이 워크아웃 신청 등 법적절차에 돌입하면서 해당 건설사에 대한 신용평가의 정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신정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평사들은 부도위기에 놓인 중견 건설사들이 법적절차를 신청한 직후 기존 평가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신정평가는 삼부토건이 법적절차를 신청한 후 회사채 등급을 ‘BBB+’에서 투자부적격인 ‘BBB-’로 두 단계 낮췄다.

기업어음(CP) 등급(A3+→A3-)도 하향 조정해 ‘안정적’인 등급이 ‘감시대상’으로 바뀌었다.

한국신용평가도 삼부토건의 회사채 등급을 ‘BBB+’에서 ‘BB+’로, CP 등급을 ‘A3+’에서 ‘B+’로 대폭 낮췄다.

신평사들은 진흥기업에 대해서도 투자적격 등급인 ‘A3’을 냈다가 워크아웃 신청 후 신용등급을 ‘C’로 강등했다.

신평사들의 이같은 등급 조정은 ‘투자적격’ 등급을 기초로 삼부토건·LIG건설·대한해운에 투자한 고객들에게 패해를 입히고 말았다.

실제로 지난달 30일엔 LIG건설의 기업어음을 매수한 투자자가 증권사를 상대로 53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유사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청구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평사들의 수익구조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런 구조상의 문제점이 부정확한 평가를 내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현재 신평사의 수익구조는 발행사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

기업이 어음이나 채권을 발행할 경우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을 평가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데 이런 수수료 수입이 신평사 수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신평사에겐 고객이자 평가대상인 기업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신용등급을 낮게 책정한 후 해당 기업이 거래를 중단했던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이전에 등급을 낮게 책정했던 A기업이 추후 평가 요청이 없어 알아봤더니 다른 평가사로 바뀌어 있었다”며 “평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내는 게 통상적이지만 일부 사정에 따라 이례적인 경우도 더러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신평사의 기업평가 관행은 신평사들이 매긴 신용등급을 토대로 투자를 권유하는 증권사에도 책임이 이어져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수익구조의 영향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초로 한 평가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며 “부실기업에 연관된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신용등급을 평가했던 신평사들도 책임의식을 가지면서 평가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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