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노동력, 견고한 내수시장 매력적

인접국가 비해 높은 인플레이션은 부담
위기 뒤 기회…장기적관점에서 접근해야

 
 

▲오토바이로 가득 메워진 베트남 거리의 모습. 이들의 생활수준이 매년 높아짐에 따라 금융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금융신문

아침을 밝히는 닭의 울음소리보다 먼저 거리를 메우는 소리는 오토바이 엔진음이다. 이 소리는 지금의 베트남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Doi Moi) 정책으로 개방주의 경제를 표방한 후 고속성장을 이루며 ‘제2의 중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도이’는 베트남어로 ‘변경한다’는 뜻이고 ‘모이’는 ‘새롭다’란 의미다.
 
도이모이 정책은 베트남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정책실시 직후인 1980년 후반에 식량자급 및 자영업의 부활이 이뤄졌으며 해외기업 유치를 통해 연평균 10%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현재 베트남의 최대투자국 중 하나는 대한민국으로 진출한 기업만 1000여개를 넘어섰고 체류 중인 한국인만 5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베트남은 위기에 빠졌다.

베트남은 현재 무역수지,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환율통제 및 화폐가치 약화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를 넘어서야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

▲ 베트남 우체국에 위치한 각 은행의 ATM. 현지에 진출한 금융회사의 현황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한금융신문

2010년 기준 베트남 정부 재정수지는 약 57억달러 적자이며 이는 정부의 세입보다 세출이 많은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또 대외거래부문을 보여주는 경상수지도 약 62억달러 적자이며 상품부문에서 약 68억달러 적자와 서비스부문에서 약 7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값싼 노동력도 상승세를 이루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은 2006년 이후 매년 최저임금을 20% 인상하고 있다. 2010년 역시 인상된 최저임금을 발표했다.

미숙련 일반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월평균 120~150달러 수준이며 대졸 근로자의 평균수입은 220달러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최대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2010년 기준 베트남 인플레이션 수준은 약 9%로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높은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꼽고 정책이자율을 2010년초 9%에서 불과 두 달만에 11%로 상향조정하며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시중자금의 유동성을 줄임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하고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다소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에도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발전 속도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동남아시아 지역 전문수석 타이 후이(Tai Hui) 이코노미스는 “최근 인플레이션 및 통화가치 평가절하 등 경제 및 재정적 문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한 동시에 잠재적인 소비재시장으로서의 이점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베트남의 경우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더불어 1960년 이래 연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15년 이상 지속한 10대 국가 중에 하나라고 지적하며 특히 최근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2%로 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만큼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실제 베트남은 이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2010년 순투자 유입이 93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는 해외투자자들의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음을 보여준다.

또 해외근로자의 본국송금액과 국제기구 및 외국의 원조액 등을 합한 경상이전수지는 약 82억달러로 흑자를 나타내고 있어 베트남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한 것은 아니다.
 
격동의 금융시장

1951년 설립된 베트남중앙은행은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처럼 통화정책을 집행하고 정부 각 기관의 은행 및 외환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설립 및 해산 관련 인가 업무, 베트남 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및 검사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중앙은행은 현재 불안정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은 이에 적응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베트남중앙은행은 지난 1월 정부령을 통해 올해말까지 대부분의 상업은행에 대한 최저자본금을 3조동(약 1560억원)으로 상향했다.

외국계은행의 지점도 1500만달러(약 163억원)의 최소 법정자본금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면서 베트남 자체 금융시장을 보다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로 향후 추가적인 인상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이같은 정책 변화로 현지에서 2곳의 법인을 운영 중인 신한금융지주는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을 합병키로 결정했다.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을 합칠 경우 자본금은 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베트남중앙은행은 ‘동’화가치의 하락방지를 위해 환율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개인들의 달러 예금에 대한 이자상한선을 3%로 규정하고 시중은행들의 달러예금 또한 1년 미만 만기의 경우 기존 4%에서 6%로, 1년 이상 만기의 경우 기존 2%에서 4%로 늘리도록 강제했다.

또 이달부터 베트남중앙은행은 금을 담보로 대출활동을 할 수 없도록 시중은행들에게 공포했다.

중앙은행이 금 조달 대출 활동을 금지하는 이유는 ‘달러화’를 방지하고 동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과 함께 금의 시중 유통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현지 은행들은 금 관련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예금기한 또한 최장 12개월로 축소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금과 관련된 대출활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향후 금 관련 예금금리는 제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 투자하는 한국

한국의 대베트남 직접투자 규모는 2010년 9월까지 신고기준(누계) 약 129달러로 대만에 이어 2위다.

전체 투자액 중 업종별 투자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약 5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광업(20%), 부동산·임대업(9.8%), 건설업(5.8%) 순이다.

베트남의 저렴한 임금을 활용하는 제조업 중심의 투자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겨냥한 직접투자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부동산 및 건설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베트남의 WTO 가입으로 해외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현지 수요가 증대되면서 현지 내수를 공략하는 건설업으로 확대된 것이며 최근에는 도소매업과 서비스업 진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업의 경우 현재 39개의 한국계 금융기관이 진출한 상태다.

은행이 12개(현지법인 3개, 지점 5개, 사무소 4개), 보험이 7개사(현지법인 2개, 사무소 4개), 증권이 17개사(현지법인 4개, 사무소 13개), 여전사 3곳(현지법인 1개, 사무소 2개) 등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금융시장에 진출 준비 중인 금융기관에게 현지 은행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지 한 전문가는 “베트남에서 은행 관련 인허가 획득에는 상당한 시간과 장애요인이 있으므로 현지법인 설립, 지점 설립, 현지 은행의 지분 취득 등의 진출 방법 중 우선 진출이 가능한 부문부터 진출한 후 다른 분야의 규제완화를 기다려 사업분야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직 베트남 은행산업이 덜 개발돼 있는데 반대로 말하면 그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아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며 “이미 진출한 금융회사들은 자사 브랜드를 확산시키고 현지 영업경험을 통해 베트남 금융시장에 대한 노하우 축적과 필요한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금융권은 베트남 금융시장에 대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영업 방식인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한 영업을 전개하기에는 국내 은행간 경쟁이 포화상태라 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베트남내 대형 기관투자자나 대형 국영기업을 유치하고 개인고객의 경우 도시 부유층 등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고객 유치 전략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베트남 호치민=<차진형 기자>jin@kbanker.co.kr
                          <서병곤 기자>sbg1219@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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