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파업에서 태업으로

기싸움은 여전…고객만 불편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은 29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며 쟁의 수위를 한단계 낮췄다.

그러나 파업에서 태업으로 전환될 뿐 노사간 합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 노조는 29일 모든 조합원이 정시 출근과 정시 퇴근하고 점심시간에는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는 등 태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31일에는 다시 하루짜리 파업을 전개하고 자사 금융상품 불매 운동을 펼쳐 은행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같은 노조의 대응 변화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인해 노조원들이 생계 유지에 한계를 느끼면서 파업현장에서 이탈하는 노조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2달여의 파업으로 그동안 축적한 파업기금은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의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서 낸 궁여지책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의 행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특성상 점포를 열고 닫는데 2~3시간의 준비가 필요하고 고객이 점심때에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갑자기 자리를 비운다면 대고객서비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사의 금융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은 동반 자살하자는 것과 같다”며 “향후 노사간 합의가 이뤄진 다음 고객들에게 어떻게 금융상품을 소개하고 제안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문제 발생을 우려한 SC제일은행측도 폐쇄한 42개 지점에 대해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노사간 파업은 결국 모두에게 득이 될게 없다”며 “노사는 모두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고객을 위한 방향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된다”고 꾸짖었다.

한편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은 결속력이 떨어지며 새로운 노노갈등이 촉발될 분위기다.

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중간에 회사로 돌아온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제명 등 보복 및 불이익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 일환으로 파업 미참가자 및 중간 복귀자들의 이름과 사진을 파업 현장에 공개적으로 게시했다가 이를 불태우는 등 위험한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SC제일은행측은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고객과 회사에 헌신하고 노력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호할 것”이라며 “은행으로 복귀한 이후 파업 미참여자에 대해서 노조가 위협 행위를 하거나 고객 서비스에 차질을 빚게 할 경우 이에 대해 고객과 직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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