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상품개발부 윤경원 과장

▲ 현대해상 상품개발부 윤경원 과장     © 대한금융신문
개발자 필수덕목은 ‘발상의 전환’
고령화시대를 위한 상품 개발할 터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전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보험산업이 발전한 곳은 없습니다. 보험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보험상품에 감탄할 정도죠. 이 치열한 한국 보험시장에서 살아남을 길은 바로 ‘특화’전략 입니다”

최근 현대해상은 보험업계 최초로 간(肝)질환을 전문적으로 보장해주는 ‘하이라이프스페셜보험’을 출시했다. 출시되자마자 40~50대 남성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이 보험의 개발자는 바로 상품개발부 윤경원 과장이다.

그동안 타사의 수많은 스카우트 유혹을 마다하며 오로지 현대해상 상품개발부에 몸담은 윤 과장.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현대해상 질병상품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아이디어 시장인 보험업계.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윤 과장만의 생존전략에 대해 들어본다.
 
-보험업계 최초로 간 보험을 출시했다. 특별히 ‘간’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나 계기가 있는가.
최근 보험 트렌드는 ‘통합’에서 ‘특화’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예전에는 통합이라는 명목아래 암, 질병, 사망 보장 등을 모두 집어넣어 한번에 보장했지만 이제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본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보험만을 가입하고 싶어 하는 추세다. 효율성면이나 가격경쟁력에서도 특화된 보험이 통합보장보다 우세한 편이다.
최근에는 간질환 발병이 높아지면서 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높아졌다. 특히 40~50대 남성의 사망원인 4위로 꼽히는 등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 노랫말도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같은 트렌드와 중요도에 따라 간에 포커스를 맞췄다. 앞으로는 암보험이 아닌 간보험이 대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판매 실적은 어떤가.
예상했던 대로 출시하자마자 40~50대 남성들의 문의가 많았다. 출시 한달째인 현재 총 수입보험료는 9억5000만원 수준이다. 7월, 8월이 보험업계 비수기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을 실적이다.
 
-요즘 보험업계 신상품이 뜸하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출시되는 신상품은 많지만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할 만한 획기적인 상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자 입장에서 매일 획기적인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출시된 상품들은 보장내용만 150개까지가 넘는다. 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례다. 예전에 해외 보험 벤치마킹을 위해 홍콩과 일본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상대쪽에서 오히려 의아해 했다. 자신들은 한 상품에 보장이 100~150개씩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며 반대로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보험업 특성상 보장내용이 다양하고 세분화돼 있어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것이 어렵긴 하다. 하지만 꼭 한번 생각해야할 것은 있다. 특화라고 하는 게 꼭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것. 예전부터 연필도 있고 지우개도 있어왔지만 연필 위에 지우개를 올린 게 새로운 특허 상품이 됐듯 보험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보험에서는 배타적사용권이 금융권 중에 그나마 활발한 것 같다. 하지만 그 기간에 대해 업계 곳곳에서 불만이 많다. 상품개발자로서 이에 대한 생각은.
보험개발자 입장에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게 되면 좋긴 하다. 기본적으로 3개월간 독점영업을 할 수 있고 상품 성격에 따라 6개월짜리도 있다. 하지만 보험업 중 손보의 경우는 좀 보수적인 면이 많아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최근에 좀 활성화됐다지만 지난해까지 총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곳이 현대해상 2개, 삼성화재 1개 정도에 그쳤을 정도다.
또 독점 영업기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더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영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회사만 판매한다’는 장점을 통해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개발자로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영역의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반대다. 많이 판매가 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소비자의 만족을 충족시켜 줄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장이 보험사에게 서민을 위한 상품 고려를 지시했다. 이에 대한 계획이나 구상안이 있는가.
아직 구체적으로 상품개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그러나 서민을 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렴한 보험료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출시된 간 보험도 보험료가 1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또한 9월 중으로 고령자를 위한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고령자의 질병이나 상해 사망보장 상품인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서민을 위한 보험 상품이라고 본다. 앞으로 특화상품은 물론 저렴한 보험료의 상품을 많이 기획할 계획이다.
 
-상품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가.
보험은 보수적 집단 같지만 사회이슈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 한때 녹색경영 붐에 따라 그린보험이 인기를 끌었듯 개발자는 사회이슈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보험시장은 관련 규제가 심할 뿐더러 업법도 자주 변하고 소비자 민원도 수용해야하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간 보험 개발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앞으로 어떤 보험을 또 새롭게 만들고 싶은가.
새로운 보험에 대한 구상은 개발자로서 가지고 있는 끊임없는 과제인 것 같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점차 커가다 보니 고령화보험 시장에 대한 생각이 크다. 아이들과 무슨 관계냐 할 테지만 생각해보면 굉장히 밀접하다. 점차 경제활동 인구 줄고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또 생존기간은 늘고…. 10여년 전부터 고령화는 이슈가 돼왔지만 대책 없이 세월만 흘러왔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할 수 없다면 민간금융사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은감이 있지만 작은 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완벽한 보장상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ss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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