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투자증권 안기태 이코노미스트     © 대한금융신문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가 겹치면서 올해 국내 민간소비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확대 지속, 가격변수(환율/물가)의 하향 안정, 소비와 가계부채의 낮은 연관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민간소비는 점진적인 확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민간소비의 양호한 성장을 예상하는 첫번째 근거는 고용상황을 들 수 있다.

흔히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변수로 인식되고 있지만 선행관계 역시 강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고용 확대가 소비 모멘텀에 기여하고 이것이 다시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취업자 증감과 민간소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고용은 소비와 강한 선행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할 때 지난해 견조한 고용확대는 시차를 두고 올해 소비 모멘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과 국내 기업의 이익실적을 감안할 때 올해 고용 규모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더블딥 우려가 제기된 미국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바닥을 형성하면서 기업들의 고용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지난해에 비해 증가폭은 축소되겠지만 전년대비 30만명 내외의 증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매판매가 양호한 실적을 보인 2000년대 중반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29만2000명(월평균)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적은 규모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민간소비를 지지하는 두번째 변수는 원/달러 환율과 소비자물가를 비롯한 가격변수의 하향 안정을 들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정책개입이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가운데 무역흑자 기조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원화가치의 안정적인 상승은 실질 구매력 개선 및 체감경기 개선을 통해 소비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지난해 4%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산물 가격안정과 정부의 서비스 가격 억제, 유럽 경기둔화에 따른 상품가격 상승 제한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3% 초반 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실질소비가 인플레이션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 경향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2분기 연속 확대된 실질소비 증가율은 물가 하락을 통해 올해에도 안정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및 가격변수와 달리 가계부채는 규모 면에서 민간소비 확대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3/4분기 가계부채는 900조원에 근접했으며 2008년에 고점을 형성했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비율도 지난해 18.3%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2003년에 나타난 신용위기와 비교해 보면 소비위축 규모는 차이를 보일 것이다.

신용위기와 최근 가계부채 문제의 차이점은 소비지출을 목적으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발생했는지 여부에 있다.

신용위기 당시 급격한 소비 위축은 지출 확대를 위해 판매신용을 중심으로 늘어난 과도한 가계부채가 단기간에 조정을 거치면서 발생했다.

반면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 현재 가계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용도 가운데 교육비를 포함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1%, 21.6%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 최근 가계부채는 소비 목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2003년에 비해 은행 가계대출(1.8%→0.7%)과 신용카드대출 연체율(7.8%→1.8%)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96배까지 하락한 개인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지난해   3/4분기 현재 2.07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가 신용위기와 같이 소비기반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론 기존 가계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비확대에 부담이 되겠지만 가계의 신규차입 억제와 시중금리 상승 제한이 이자부담 추가 확대를 일부 제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상기한 제반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올해 소비는 점진적 회복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이 불거질 때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부각됐지만 향후 소비 회복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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