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 홍보부 박성업 부장

우리나라 신용카드산업은 IMF위기 이후 침체된 내수경기를 부양하고 과표양성화를 통한 건전한 납세문화 정착을 위해 2000년부터 신용카드사용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신용카드 회원에게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가맹점에게는 부가세 매출세액 공제혜택을 부여했으며 회원과 가맹점 모두에게 신용카드복권 당첨 혜택까지 제공했다.

정부 차원의 이러한 제도 시행은 십수년간 노력으로 카드 인프라를 구축, 보유한 신용카드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는 최상의 멍석이 됐다.

회원 모집단계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경쟁적 모집행위가 발생했다. 심지어는 부적격자에게 신용카드 발급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등 신용카드업계 부실의 그림자는 짙어만 갔다.

2001년, 신용카드업계가 사상 최초의 2조원이라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자 감독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덩달아 소비자단체의 현금대출 수수료와 가맹점단체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요구도 거세졌다.

아마도 지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분쟁의 시초가 이때부터인 듯싶다.

당시 감독당국은 신용카드사 가맹점에 대한 대금 입금 주기를 5~6일에서 2~3일로 앞당겨 가맹점의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했고 가맹점수수료의 자율적 인하를 위해 업종별 수수료율 공시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사의 부실은 2003년도에 결국 터지고 만다. 신용카드업계는 당시 약 10조원의 사상최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즉 정부가 시행한 신용카드사용 활성화 정책의 과도기적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감독당국은 신용카드사에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본확충을 통한 건전성 회복을 요구했다.

특히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가맹점의 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맹점대금의 지급준비금을 우선 확보하도록 신용카드사에 강력히 요청했다.

이후 신용카드업계는 2년간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건전성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2006년도에 들어서며 신용카드산업은 안정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지급결제기능을 확대해 나갔다. 물론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다.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위험관리 인프라를 갖추게 됐고 거의 모든 업종에서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로 결제가 이뤄졌다.

그러나 가맹점 업주의 조세부담과 가맹점수수료 부담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맹점의 신용카드결제 비중은 더 증가했고 가맹점단체들의 수수료 인하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심지어 가맹점수수료 문제는 정치적, 사회적으로까지 대두됐다.

이에 카드업계는 가맹점과 신용카드사의 상호 발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게 된다. 무려 34년이나 된 가맹점수수료 체계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개선이라는 역사적 프로젝트를 착수한 것이다.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는 중소가맹점의 민원제기와 무원칙적인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려는 정책적 수요와 합리적인 가맹점수수료 배분체계의 논거, 실증분석 등을 토대로 마련됐다.

그동안 분란이 됐던 업종별 체계를 벗어나 가맹점별로 수수료율 산식을 마련했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체계 개편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 대안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는 기존보다 객관성을 제고했으며 과거의 관행과 협상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원칙에 의해 수수료율을 산정함으로써 이해관계의 대립을 해소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신 가맹점수수료체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그동안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던 대형가맹점들의 우월적 행태가 사라져야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수료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가맹점과 카드사, 소비자간의 양보와 이해가 전제돼야만 한다.

더불어 그동안 외국에 비해 다양한 부가혜택이 주어졌던 카드서비스도 현실을 잘 반영해 질적 개선을 이뤄야 할 것이다.

신 가맹점수수료체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당사자간 이해와 타협 그리고 양보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