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족’ 매월 새는 돈을 잡아라

▲ SC은행 삼성PB센터 고득성 이사
요즘 20~30세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월급이 생활비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들의 공통된 월급 소진 스토리는 이렇다.

미혼인 30세가 250만원을 번다면 세금과 사회보장보험료를 차감해 230만원 정도 통장에 입금된다. 여기서 지난달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으로 80만원, 자동차할부금으로 45만원, 부모님 용돈으로 20만원, 집 월세 및 관리비로 25만원 등 총 170만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결국엔 60만원 정도가 남는다. 그 돈으로 보험료 20만원을 내고 각종 회비 10만원을 내면 통장에는 30만원밖에 남지 않는다. 30만원은 다음달 식비와 교통비로 사용하기에도 빡빡한 규모다.

이처럼 월말이면 월급이 모두 소진되는 ‘월광족’들의 스토리는 유사한 면이 많다. 때문에 30대 중반에는 연봉이 조금 더 많은 직장으로 옮기거나 하루에 30% 오르내리는 주식투기판에 뛰어드는 경우가 잦다. 즉, 벌이가 많아도 출구관리가 안되면 백약이 무효한 것이다.

올바른 저축습관 늘 의심해야

돈 관리는 먼저 저축하고 쓸 것인지, 저축한 후에 남은 돈을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따른다. 답은 누구나 잘 안다. 필요한 곳에 먼저 저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후 자신의 다짐이 허물어지는 경험하면서 ‘이제껏 한 말들이 공허한 이론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 수 있다. 이처럼 저축계획이 매번 좌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테크 공식에 따라 충실히 행동하는 ‘합리적 인간’에게는 저축계획이 무너질 수 없다. 문제는 합리적 인간보다 ‘불합리적 인간’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돈을 저축할 때는 본인이 비합리적 인간임을 깨닫고 비이성적으로 대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년간 회사를 다니며 모은 퇴직금도 고수익 유혹과 남다른 소비욕구에 탈탈 털어 쓰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본인의 저축습관도 불합리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심을 거둬서는 안된다.

오토 저축시스템 디폴트옵션을 추천

비합리적인 사람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최초 디폴트옵션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설계 목표를 우선적으로 정해놓고 일정기간 돈을 모으는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이 필요한 것이다. 디폴트옵션이란 어떤 특정한 선택의 변경이 없다면 주어진 대로 자동 선택되는 것을 말한다.

베스트셀러인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는 디폴스옵션의 효과를 입증했다. 탈러 교수가 1990년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실험에선 디폴트옵션을 몇 가지 바꾸는 것만으로도 연금가입자 절반 이상이 수입의 3.5%에서 3배인 11.5%으로 연금을 늘렸다.

현실에서 디폴트옵션으로는 주거래은행을 정한 후 월급 통장에서 투자, 은퇴통장으로 자동이체를 걸어두는 형식 등을 적용할 수 있겠다. 마치 공과금이나 카드대금이 자동이체되는 것처럼 자동이체를 설정할 경우 재정적인 안전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매월 수입의 일정비율을 시스템적으로 저축하다 보면 어느 순간 통장은 각자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할 만큼 성장할 것이다. 현재 잔고에 한탄하지 말고 미래의 수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계획하기 바란다.

만약 70세까지 수입활동을 한다면 ‘(70-당신의 나이)×매월 수입×12개월’ 이 미래의 수입이 된다. 현재 40세인 사람이 매월 250만원을 번다면 앞으로 흘러올 돈은 9억원이나 되는 셈이다. 이렇듯 장기적 수입을 계산한 후 매달 버는 수입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재정적 삶을 평탄하게 누릴 수 있다.

돈을 모으는 일에는 왕도가 없다. 복리의 힘도 긴 시간을 활용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자신있게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꾸준한 시간이 필요하다. 남들이 본성에 이끌려 고수익을 쫓을 때 오랜기간을 유지한 저축인의 삶에는 분명 몇십 배의 보상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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