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퇴직연금부(NH은퇴연구소) 허승택 부장

 

<대한금융신문>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허리띠를 졸라 매고 불철주야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해 왔던 경제주역들이 사회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매일같이 각종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저출산·고령화 심화현상에 관한 기사들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렇듯 은퇴 이후의 삶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도 국가차원 대책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도 정년연장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다양한 정책마련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여태까지 은퇴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근로기간연장 및 노인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제고시키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는 그동안 제도적 지원을 통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 7월 26일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은 여태까지 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개정 내용 중 가장 이슈가 됐던 부분은 단연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시행이다.

IRP는 퇴직급여의 일시 소진을 막고 실질적인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도록 보관·운용하는 퇴직급여와 노후자금의 가교역할을 하는 연금제도다. 자칫하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소중한 퇴직급여를 보다 체계적이고 선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IRP는 퇴직연금제도 하에 있는 기업의 근로자가 이직하거나 55세 이전 퇴직했을 경우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즉시 내어 주는 것이 아닌 IRP계좌를 통해 지급하도록 만들어 놓은 강제사항이다.

퇴직급여를 IRP로 강제 이전해야 한다는 점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매우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제도시행으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실효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로 비판적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취지와 더불어 가입자가 부가적으로 누릴 혜택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분명 많은 이점을 찾아 볼 수 있고 활성화 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IRP는 과세이연으로 인해 투자원금이 가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퇴직급여의 IRP 이전을 통해 계좌 해지 시점까지 퇴직소득세를 이연시킬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납부해야할 세금이 투자원금에 가산돼 플러스알파의 수익증대를 노릴 수 있다. 복리효과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익성은 세후 수령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 보다 훨씬 높아지므로 가급적 해지하지 말고 장기간 운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IRP는 자유로운 상품 운용이 가능하다. 즉 해지해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고 정기예금,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복수 투자할 수도 있다. 간혹 IRP를 연금저축과 비교하곤 하는데 연금저축은 그 자체가 상품이므로 개인의 투자의향에 따른 개별 운용이 어렵지만 IRP는 상품별 운용비율 및 기간 설정이 모두 개별적으로 선택 가능한 훌륭한 투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장점은 다양한 세제혜택이다. IRP는 중도해지 시 연금저축처럼 해지가산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여유자금이 있는 경우 연 1200만원까지 추가불입을 통해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2012 세법개정안’을 보면 퇴직소득을 연금으로 수령 시 3% 저율과세를 적용하고 연금소득 분리과세 적용 시 사적연금만을 대상으로 하며 그 기준 금액도 현재 연간 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한도를 확대 시행해 연금수령 시 세제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퇴직연금사업자들은 IRP가입고객들에게 다양한 재무적, 비재무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가입기업 근로자들에게 제공됐던 다양한 부가적 혜택들을 IRP 가입으로 지속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충분히 알아보고 비교한 후 가입해야 한다.

IRP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데 필요한 과도기적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불필요하다거나 부정적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가 바람직하게 성장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역량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더불어 개인의 노후준비를 위한 실천이 더욱 절실해 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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