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유익석 수석이코노미스트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선진국 증시와 한국 증시 간의 비동조화(decoupling) 현상을 놓고 그 원인과 지속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한국 경제와 상관도가 높은 G2(미국, 중국) 경제의 상쇄 국면이 예상과 달리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하락(7.9%→7.7%)한 반면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오히려 상승(0.4%→2.5%)하면서 모멘텀이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2분기에도 G2 경기 모멘텀의 동반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1분기와 달리 중국 경제의 추가 악화는 억제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경제는 시퀘스터 발동에 따른 정부지출 축소, 사회보장세 및 부유층 소득세 감면 종료 등의 영향으로 초반부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분기 민간소비 호조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미시건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72.3)가 9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정부지출 축소가 소비심리 개선에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정부지출 축소 금액의 절반 가량이 국방비에 집중된 만큼 당분간 군수업체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고용 둔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렇게 불리한 여건에서도 가처분소득 증가와 민간부문 고용 확대를 감안할 때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소폭 둔화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경기 선순환 고리의 형성 및 주식, 부동산 시장 회복 등에 따른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가시화되면서 경기 모멘텀이 재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주택시장의 점진적인 개선세가 하반기 이후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모멘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택 재고물량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인 2007년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신규 주택투자와 건설업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과정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기했듯이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이 2분기 초반에 집중된 일시적 조정 과정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의 경우 민간소비 중심의 점진적 내수 회복과 제조업 재고 소진에 따른 생산 정상화 등이 모멘텀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2분기 미국 모멘텀의 약화를 일부 보완해 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하반기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동반 개선될 전망이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 역시 급여세 감면 종료, 시퀘스터 발동 등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의 성장 기여도 확대에 힘입어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2%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중국 경기 모멘텀 역시 점진적 개선세를 예상하고 있다.

즉 현재 형성돼 있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컨센서스는 2분기에 G2 경기 모멘텀이 또다시 상쇄되더라도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거시경제 환경은 미국 재정절벽 리스크, 중국 경제개혁 부담, 유로존 소버린 리스크가 상존한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 초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는 부분 역시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추가 악화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광공업 재고 사이클이 속도는 더디지만 개선되는 가운데 선진국 실물수요도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해 1~2월 글로벌 교역량이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해 작년 4분기(1.7%)보다 증가세가 확대되는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지표는 물가 및 환율효과를 제외한 실질 교역량으로 상당 기간 추세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글로벌 경제의 추세적 둔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최근 회복 신호가 미약한 한국 경제도 향후에는 점진적인 모멘텀 강화가 예상된다. 1분기 경기 사이클을 주도하는 투자 개선이 일부 확인된 가운데 강화된 재정정책과 재고 부담 완화 등을 감안하면 시차를 두고 생산 및 설비투자 확대 압력이 제고될 전망이다.

경기 우호적인 정책 스탠스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일본의 설비투자 개선 움직임이 포착되는 가운데 선진국 수요와 글로벌 교역 증가율 제고는 선진국 만의 잔치로 끝날 수 없으며 결국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신흥국의 설비투자 및 생산 확대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현재 글로벌 경제가 강한 회복흐름은 아니나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할 정도는 아니며 특히 하반기부터 G2 경제가 동시에 안정화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미국경제의 완급 조절은 신흥국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시장 역시 과도한 비관론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