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홍보팀 전원석 책임

▲ 동양생명 홍보팀 전원석 책임

바야흐로 추억을 소비하는 시대다. 7080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향수가 소비트렌드를 장악하나 싶더니 어느새 추억의 대상이 1990년대로 넘어왔다.

‘건축학개론’에서 ‘응답하라 1997’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들은 추억을 사고파는 시대가 왔음을 잘 보여준다. 물론 어느 시대나 과거에 대한 향수는 마케팅의 단골소재였다. 소비주체의 변화에 따라 추억의 대상이 되는 시기가 달라져 왔을 뿐이다.

1990년대를 추억하고 향수하는 세대로서 그때의 감성들은 언제나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생일을 맞는 자정에 딱 맞춰, 486이란 번호와 함께 울리는 ‘삐삐(호출기)’의 알람은 얼마나 두근거렸던가.
 
이태리 장인 못지않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내려간 편지는 또 얼마나 설레고 따뜻했던가.

그 시절 자정이 지난 시간에도 기숙사 앞 공중전화는 늘 학생들로 북적거렸고 각양각색의 편지지는 문구점마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향수는 단순히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 대상에 대한 집중의 부재가 가져오는 허전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불과 2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수많은 이들과 소통하게 됐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시대는 끊임없이 확장하고 팽창한다. 오랜 시간 동안 연필로 꾹꾹 눌러 편지를 쓰기 보다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단문으로 모든 소통을 대신한다. 쉽게 쓰이는 대신 쉽게 잊는다.

내게 소중한 당신과 마주 앉아 있는 이 순간에도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수백 개의 채널이 있는 텔레비전은 더 자극적이고 더 충격적인 내용들로 시선을 뺏으려 몸부림친다. 인터넷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어버린다며 쉬지 않는 클릭 강박증을 유도한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정말 소중한 누군가에게 집중할 수 없어져버렸다. 편지를 잃어버렸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다. ‘ㅋㅋㅋ’, ‘ㅎㅎㅎ’ 투성인 문자 메시지나 SNS 게시물이 얼마나 서로를 더욱 소중하게 만들었을까.

사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일상적인 관계에서 수천 마디도 넘게 대화를 주고받은 이들에게 편지라는 ‘멍석을 깔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편지를 쓰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상대방과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로 시작하는 상투적이고 형식적인 편지라 할지라도 오직 받는 이에게만 해당되는 문법이 존재한다. 같은 ‘사랑’이란 단어지만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지를 썼다는 사실은 짧은 시간이나마 이 세상에 보내는 이와 받는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도려냈다는 증거다. 그 편지는 반사적 반응에 가까운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의사소통과는 세상을 대하는 방식자체가 다르다. 둘 사이에서만 공유될 수 있는 언어가 없이는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소중한 이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이다.

최근 동양생명은 그동안 소중하지만 표현을 못해왔던 이들을 위해 대신 ‘멍석’을 깔았다.

향수가 묻어나는 손 편지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집중’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벌써 5월도 다 지나고 6월로 접어들었다. 잠시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당신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가 갖는 만족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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