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 김지운 연구원

미국 이민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민법 개정을 제2기 행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이민법 개정에 전력 투구하는 이유의 핵심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있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은 인구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은 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1943~1964년생)와 함께 1970~1980년 고도의 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커진 경제 규모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출산율 감소가 나타났다.

현재 미국은 중장년층 인구가 청년층을 앞지르는 고령화 사회 초입의 인구구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방법이 이민법 개정이다. 이번 이민법 개정은 크게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는 합법적 이민자 쿼터 확대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원에 대한 이민 쿼터가 영구적으로 확대된다.

둘째는 미국 내 음성적으로 거주중인 불법 체류자들의 신분 양성화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은 약 1100만명 정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민법 개정의 첫 번째 효과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향후 20년 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공석이 될 일자리가 5800만개에 달한다.

미래의 이민자 수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 미국 인구로 계산한 공급가능 한 노동력은 5100만명이다.

단순하게 은퇴자만을 놓고 계산해도 노동력이 부족한데 미래 경제성장에 의한 일자리 확대까지 염두에 두면 노동력 공백은 더욱 심해진다.

베이비 붐 세대의 대부분이 고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숙련된 노동자임을 감안하면 이번 이민법 개정으로 인한 고학력 인재의 이민 쿼터 확대는 보완책이다.

둘째 효과인 불법 체류자 합법화는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이미 미국은 1986년에 이민 개정통제법(IRCA)을 통해 불법 체류자 300만명을 합법적 신분으로 전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추가 불법 이민자 통제에 실패해 법안 자체를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신분 전환자들이 일으킬 경제적 효과다.

불법 이민자의 경우 사법당국에 적발되면 국외 추방을 당한다.

따라서 이들은 전문성이 떨어져 쉽게 구할 수 있는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며 일정기간마다

거주지를 옮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986년의 신분 전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년 이후 이들의 평균임금은 상승했고 합법적으로 주택을 소유한 인원이 늘었음이 확인됐다.

추방의 위험이 사라짐으로 인해 좀 더 나은 월급이 보장되는 직종으로의 이직과 주택 소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임금 상승과 주택 구매는 곧 세수 확대로 연결된다. 불법 체류자에게는 합법적인 징세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분 전환이 이뤄지면 징세도 가능해진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도 있는 셈이다.

현재 미국은 재정적자 축소(시퀘스터)를 위해 증세와 재정지출 카드를 병행하고 있다.

미의회예산처(CBO)는 이민법 개정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세수는 향후 10년간 66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시퀘스터를 통해 확보해야 하는 세액이 1조2000억달러임을 고려할 때 5%가 넘는 금액을 증세 없이 확보 가능하다.

미국은 늙어가고 있다.

숙련된 그리고 숙련되지 않은 젊은 노동력의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민법 개정은 노동력 충원과 세수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민법 개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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