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500억원 적발 … 보험범죄 공화국 오명 위기

 
<대한금융신문=장승호 기자> “8만3000명, 4500억원” 지난해 적발한 보험사기 가담자와 액수다.

단순 금액만을 보면 최근 논란 속에 거센 저항을 불러온 정부의 세제개편 수정안이 확정될 경우 예상되는 한해 세수증액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다. 적발된 게 이정도 일뿐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연간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추산된다.

부정한 방법을 통한 보험금 편취는 보험사와 계약자만의 손실이 아니다. 보험금 목적의 존속 살인, 방화 등 대담한 범행이 감행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때문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전담인력 및 사기예측시스템 확충, 신고포상금제 운영 등 보험사기에 지속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직 우리나라의 정서상 보험사기에 대한 죄의식이 미약하고 이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보험사기가 만연되고 있는 바,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과 더불어 처벌기준이 강화돼야 효과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누가 얼마만큼의 사기 저지르나=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보다 296억원 많은 4533억원이며 무려 8만3181명(15%↑)이 범죄에 가담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사기수법은 경미한 사고임에도 장기간 또는 서류상으로만 입원하는 허위·과다사고가 3342억원(73.7%)으로 압도적이었다. 고의사고(809억원, 17.4%)와 피해 과장(180억원, 4.0%)은 그 뒤를 이었다.

보험사기 가담자를 보면 무직·일용직 19.3%(1만6089명), 회사원 16.9%(1만4084명), 일반 자영업자 8.8%(7334명) 등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보험과 상생관계를 가져가야할 보험모집 종사자와 병원·정비업체 종사자도 각각 1229명, 2212명이 적발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허위·과다 입원의 보험사기가 급증 추세에 있고 적발된 자들의 직업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무원부터 학생, 주부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며 “적발인원 수가 날로 증가하는 현상은 사회 전반에 ‘보험사기 범죄의식 결여’와 누구나 쉽게 보험사기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고포상금 증액 등 대응 강화=보험업계는 선량한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업자의 자산 건전성에 위협이 되는 보험사기 정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자 제보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기(旣)운영 중인 이 제도를 통해 상당한 사고예방 효과도 봤다.

자동차 등 보험사기를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손해보험업계는 지난 9일 보험범죄 신고포상금 최고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보험범죄 신고포상제도 운용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개별 회사들도 조속히 포상금 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LIG손해보험은 이번 주에 최고한도를 5억원(종전 1억원)으로 증액할 방침이며 현대해상은 종전 1억원에서 적발금액의 10%로 최고한도를 조정했다. 동부화재와 롯데손해보험도 최고한도를 올린다는 방침아래 내부조율 중이다.

이 밖에 삼성화재는 2011년 5월 업계 최고수준인 10억원으로 상향해 운영 중이며 더케이손해보험은 올 1월 5000만 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했다. 올해 보험사기 강력 대응을 선언한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최고한도를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였으며 신고포상금제도 홍보문자 발송, 신고포상금제 교육 및 홍보전단 제작 배포 등 보험사기 제보 활성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개 손해보험사는 자체 신고포상금제도를 통해 16억315만원(지급건수 2514)을 지급했다.

이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는 상품이 갖는 특성별 보험사기 유발요인 사전점검과 가입자 특성에 맞는 인수정책(다수 중복보험, 필요 이상의 담보 제한) 및 감시 모니터링을 통해 사기 발생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또 보험금 청구자의 과거 사고이력 등을 바탕으로 한 사기예측·방지시스템 운영은 물론 보험금 지급 후에도 통계적으로 사기가 의심되는 건에 대해 추가 모니터링 및 조사를 꼼꼼히 벌이는 등 보험사기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양형수위 관대…법과 제도 뒷받침돼야=담당인력 및 장비 등 적발시스템 개선과 대국민 인식제고 활동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가 사그라지기는커녕 되레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연한 범죄인데 반해 관대하게 이뤄지고 있는 처벌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기의 형사적 처벌 수위를 보면 일반사기범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게 사실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지난 4월 발표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피의자 비율은 벌금형 51.1%(806명), 집행유예 26.3%(415명), 징역형 22.6%(357명)이다.

처벌이 가벼운 벌금형 선고비율은 일반사기범의 벌금형 선고비율(2011년 27.0%)보다 2배 정도 높고 징역형 선고비율은 일반사기범의 징역형 선고비율(2011년 45.2%)의 절반에 불과하다.

보험가입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보험사기는 보험제도 자체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지만 이처럼 실제 양형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양형 관행은 보험금 편취를 위한 모럴해저드 심화,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김학용 의원이 형법상 보험 사기죄 신설 조항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와 함께 보험업계는 민간조사원제도 도입에 관한 법률도 신속히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또 전문가들의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전국 지방경찰청에 보험사기 수사전담팀 확대 설치를 통한 상시적 수사진행 등 범정부 차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보험사기 조사기관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상시적 조사가 이뤄지게 함으로써 국민의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엄격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인식을 상기시켜 보험사기 의도를 사전에 억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