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수석연구원

   
▲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수석연구원

일본 증시가 심상치 않다.

니케이지수 1월 수익률이 -3.0%를 기록하고 있는데 만약 ‘마감지수 대비 장중 지수 변동률(장중 고-저차를 매일 마감지수로 나눠 계산)’을 따져보면 평균 1.31%로 주요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크다.

지난해 12월 105엔/달러에 도달한 이후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됐는데 이와 관련해 아베노믹스가 딜레마에 봉착했을 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2012년 2월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1월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1.5%)은 일본 중앙은행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바짝 다가섰다.
기대 인플레이션(5년)의 경우 2014년 1월 1.75%까지 상승했다.

2012년 1월 말과 비교할 때 주식시장이 79.6% 상승(니케이 225지수 기준)했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포인트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세도 뚜렷하다.

실물 부문에서는 경제성장률 회복과 함께 신규 일자리 증가가 포착된다.

문제는 질적인 측면이다.

앞서 언급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식료품이나 에너지 부문이 주로 이끌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에너지 및 식료품 수입 가격이 상승한 측면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의 배경이 있다.

원전 복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012년에 전기료가 인상된 점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향후 민간 소비 여력이 안정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중요한데 큰 기대를 갖기 힘들다.

일본 가계 가처분소득과 월 평균 임금이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가계 가처분소득(전년동월비)은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부정적이라고 단정짓기 어렵겠지만 사회 전반의 소비 체력은 분명 약하다.

여기에 올해 4월 소비세율 인상(현행 5%→8%)까지 감안하면 소비 위축 우려가 한층 커진다.

1995년 4월 소비세율 인상을 참고하면 소비세율 2% 포인트 인상(당시 3%→5%)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5% 포인트 내외로 상승했다.

현재 1%대 중반인 소비자물가지수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할 여지가 생겼다.

동시에 실질 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접어들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지난 14일 일본 증시 급락의 원인이었던 경상수지 적자 확대도 일본 정책 당국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지속적으로 엔화 약세 정책을 구사했으나 실제 수출 측면에서 개선되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월별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6개월째 앞서고 있다.

또한 월간 무역수지 적자 흐름도 2012년 3월 이후 2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엔화 약세가 처음 시작된 시점(2012년 2월 이후 엔화 약세 전개)과 맞물린다.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엔화 약세 정책을 추가하기에는 일본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경상수지 적자와 달러화 부족에 따른 엔화 약세 환경 조성, 수입 물가 상승과 내수 구매력 위축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움직임도 이러한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엔화 약세를 가속화시켰던 선물시장 비상업적 매매가 대표적이다.

엔/달러 환율이 76엔에서 82엔까지 상승했던 2012년 상반기와 달러당 100엔을 돌파했던 2013년 상반기 모두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선물시장 비상업적 매매 증가가 공통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14만 계약을 넘어섰던 엔화 약세 포지션은 최근 2주일 동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국내 증시 디커플링 요인 가운데 엔화 약세 스트레스가 점차 진정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엔저 정책에도 불구하고 더딘 수출 개선이나 소비 위축 우려가 향후 일본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레벨로만 따진다면 미-일 금리차(10년물, 최근 10년) 1표준편차 상단인 달러당 110엔까지 엔화 약세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그러나 속도 측면에서 엔화 약세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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