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의료 및 정비수가 등
원가 매년 상승, 판매가는 제자리

자구노력에도 손해율 고공행진
작년 영업적자 1兆…시름만 쌓여

<대한금융신문=장승호 기자> 전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졌던 김밥 한 줄 값이 예상을 깨고 2008년 초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프랜차이즈 분식전문점을 시작으로 대부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1000원 김밥’은 분식점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질 정도로 대중적 이미지가 굳어져 마진에 구애 받지 않고 항상 그 가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출시 7년여 만에 원가(주 식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결국 견디지 못한 것이다.

고작 100원짜리 동전 다섯 개지만 인상률로만 보면 무려 50%다. 당시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값이 올라야 얼마나 된다고,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심심치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레 받아들이면서 소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주저 없이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인건비, 임대료 등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2000원으로 올리는 추세다. 6년 전 인상 때보다 소비자들의 푸념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보험사업자에게 계륵 같은 존재인 자동차보험 상품. 빈부를 떠나 많은 사람이 찾는 기본 메뉴라는 점, 또한 이 때문에 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 품목에 포함돼 있다는 점 등에서 김밥과 닮았다.

그러나 손익에 기초한 가격조정은 엄두도 못 낸다. 손해보험 종목 중 유독 그렇다. 철저하게 이익이 우선인 민간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이지만 국민 2.6명당 한 대꼴인 자동차 소유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대인배상Ⅰ, 대물배상)하고 있는 만큼 가격민감도 역시 높다. 게다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품목이어서 물가 안정화를 위한 당국의 가격 제동이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가격자유화 상품이다.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금융당국은 1990년대 초 상품 및 요율자유화를 관련법에 명확히 했다. 제도는 제도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해 자동차보험 판매사들은 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손실분을 감내하고 있다.

◆자구책으로 버티기 지속…약발 미미
자동차보험은 오랜 기간 적자의 늪에서 탈출 은 못하고 허우적대고만 있다. 손해보험사에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이유다.

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비중을 나타내는 손해율은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있으나 없으나 항상 손익분기점(77%)을 웃돌고 있다. 손실 폭이 커져 사업자들이 울상일 때마다 금융당국은 가격 인상보단 업계와 함께 기존 제도 중심의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 왔다.

초과사업비 해소, 할인할증률 개선, 보험사기 적발 강화, 사업비 거품을 뺀 다이렉트채널 활성화, 마일리지 및 중고부품 재활용 상품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과 함께 지난해 대형 태풍도 비껴갔는데 손해율은 고공행진이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손해율은 86.8%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 포인트 상승했다. 개별사로 보면 심한 곳은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손보업계는 지난 한해의 영업적자만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자동차보험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약 8조3000억원에 달한다.

손보업계는 일정 수준의 보험료 현실화가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올해도 지속적인 보험료 수입 감소 및 임금, 진료·정비수가 등 원가 상승, 교통사고 증가에 따른 손해율 급등이 예상돼 지난 회계연도 수준의 대규모 영업적자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대비 판매가 적당한 수준인가
각종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감내할 수준을 훨씬 웃도는 손해율의 주원인으로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판매가가 꼽힌다. 매년 관련 종사자 임금, 의료·정비수가 등 자동차보험 원가 인상으로 지급보험금이 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근로자 임금은 9.1%, 의료수가는 2.2% 올랐다.<표 참고>

이에 반해 상품판매가인 보험료는 정체 상태다. 최근 6년간 대당보험료(개인용 원수보험료 기준)는 2007년 62만원, 2008년 60만7000원, 2009년 60만5000원, 2010년 64만6000원, 2011년 65만3000원, 2012년 61만6000원이다.

이렇다보니 차량등록대수 증가 속에서도 보험사들이 받은 전체 보험료가 줄어드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2012회계연도에 등록된 자동차는 1902만대로 전년도보다 47만대(2.5%↑) 늘었으나 원수보험료는 되레 전년대비 1.6%(2134억원) 줄어든 12조8280억원에 불과했다. 2013회계연도 역시 11월 기준 원수보험료는 8조619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1억원이 줄었다.

이에 대해 손보협회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은 제한된 상황에서 온라인 보험, 서민형 보험과 같은 할인형 상품의 판매 확대와 가격위주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외국에 비해 자동차 보험료가 상당히 저렴한 것도 문제다. 최초 가입 기준으로 대당보험료를 보면 한국은 84만원 수준인 반면 미국 162~536만원, 일본 191만원, 중국 165만원으로 집계됐다.

보험가입 3년 이상 대당보험료를 봐도 미국 108~357만원, 일본 129만원, 중국 128만원으로 우리의 60만원보다 훨씬 비쌌다. 즉 미국은 우리보다 약 2~6배, 일본과 중국은 약 2배 이상 높은 가격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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