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HSBC 등 대형사 줄줄이 탈락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력 미달 기인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글로벌 금융사들이 줄줄이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준은 지난달 21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30개 대형 은행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금융사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만들어진 일종의 자산건전성 심사이다.

연준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이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양적인 부분을 위주로, 2단계에서는 자본계획의 질적인 부분을 위주로 평가한다.

올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30개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자이온 뱅코프(Zions Bancorp), 씨티그룹(Citi Group), HSBC, RBS, 산탄데르(Santander)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대거 탈락했다.

특히 자이온 뱅코프를 제외한 4개 은행은 모두 양적인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기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먼저 HSBC, RBS, 산탄데르 등 3개 외국계 은행은 지배구조 상의 문제, 자본계획 상의 내부 통제 및 리스크관리 부족 등에서 질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어 씨티그룹은 기본자본비율이 7.2%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합격한 JP모건(6.3%), BoA(5.9%)에 비해 훨씬 높았음에도 향후 해외사업 관련 자본확충계획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게 탈락의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특히 씨티그룹은 2012년 당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데 이어 올해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테스트 결과 공개 직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씨티그룹의 주가가 47.30달러로 하루 만에 5.7%나 급락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두 차례의 불합격 굴욕을 씻어내기 위해 내년 테스트를 대비하고 나섰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의 기대와 우리 성적 사이에 격차가 얼마나 크든 간에 우리는 그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내년 자본계획이 또 거부당하지 않기 위해 유진 맥퀘이드(씨티은행 본사 전 CEO)에게는 뭐든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될 것이고 나는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엄격해진 스트레스 테스트로 볼 때 미국 내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는 물론 유럽 등 여타 지역에서도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2월 미 연준의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안이 최종 승인됐다. 이로 인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에 외국계 대형은행들이 포함되는 등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외국계 대형은행의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비롯해 자본·유동성·위험관리 등을 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금융기관 해외법인의 경우 규모가 작아 질적 평가 강화의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추세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