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기업들 회사채 이자 지급 못해

S&P, 리스크 높은 기업은 퇴출돼야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중국의 비금융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있다. 향후 정부의 시장원리 도입으로 디폴트 사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태양광 업체인 차오리 태양광에너지과학기술유한회사(이하 차오리솔라, Chaori Solar)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결국 디폴트를 선언했다.

차오리솔라가 지난 2012년 3월 7일 발행한 이 회사채는 원금 10억위안(한화 약 1630억2000만원), 5년 만기 고정금리, 표면이율 8.98%인 채권으로 매년 3월 7일이 이자시작일이었다.

차오리솔라는 회사채 발행 당시 신용평가회사인 펑위안크레딧레이팅(Pengyuan Credit Rating)으로부터 AA등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차오리솔라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올해 3월 돌아온 만기일에 회사채 이자 8980만위안(약 146억3919만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로써 차오리솔라는 중국인민은행이 회사채 시장을 감독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중국 채권시장에서 회사채가 부도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첫 디폴트가 발생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중국 중소건자재업체 쉬저우중썬퉁하오뉴보드(이하 쉬저우중썬)도 회사채 이자를 내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했다.

쉬저우중썬은 당초 1800만위안(약 29억3436만원)에 달하는 회사채 이자를 지난 3월 28일까지 상환하기로 했으나 기일을 넘겨 디폴트에 빠졌다.

최근 중국 정부가 ‘성장 방식의 전환’을 경제구호로 내세우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퇴출시키고 금융시장에 차츰 시장원리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디폴트 사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디폴트에 빠질 뻔 했지만 정부와 국유은행들은 시장 안정 및 투자자보호를 위해 구제금융 또는 만기연장을 실시해 채무불이행을 막아왔다.

이러한 당국의 암묵적인 보증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높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향후 리스크가 높은 회사채를 위주로 디폴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철강, 선박, 비철금속 등 전통 과잉산업과 태양에너지, 충력전기 등 신흥 과잉산업, 철강무역, 광산무역 등 산업에서 민영기업의 집중적인 디폴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을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실제 중국 본토와 홍콩에 상장한 4111개 비금융기업의 총 부채액은 2007년 말 6070억달러에서 2013년 말 1조9800억달러로 6년간 200% 증가했다.

S&P는 이처럼 중국 비금융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리가 오를 경우 한계상황에 온 기업을 필두로 디폴트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 베이푸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들이 3~4년 전부터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이 어려워졌다”며 “중국 소규모 부동산 업체의 업황이 열악해 올해부터 더 많은 디폴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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