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호기인가? 위기인가?

GDP성장률·무역흑자·외환보유고 등 개선

내수 둔화, 고용의 질 악화에는 우려의 시선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대한민국 경제가 2013년 이후 성장 기조를 회복하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활기가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일단 거시적인 경제 지표는 희망적이다. 예상을 상회하는 GDP 성장률, 높은 무역 흑자와 기록적인 외환 보유고는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징조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에 이른 가계 부채 상황, 내수 둔화 및 고용의 질 악화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약진하는 대기업 VS 고전하는 중소기업

주로 재벌이라고 통용되는 상위 대기업들의 높은 실적에 힘입어 실질 GDP는 6.8% 증가해 1조3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의 자산 규모는 현재 실질 GDP의 대부분인 8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 그룹들이 고용하는 근로자는 전체 노동력의 13.1%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2.2%는 자영업자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경제를 이끄는 존재는 소수의 대기업이란 말이다.

정부는 이같은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동반성장위원회는 100개 상품을 선정해 대기업들이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제한했다.

이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한 일시적인 보호장치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보호에만 집중해 시장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소기업의 실적 향상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중소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해 왔고 대부분의 인력을 중소기업이 고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효과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출 강세와 내수 둔화

우리나라는 수출 업종이 경제 성장률을 주도해 왔다.

1964년 이후 수출 업종은 명목기준으로 연간 평균 19.2% 성장해 왔다.

이는 중국(15.3%) 및 대만(14.6%)과 같은 주요 아시아 수출 대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특히 무역 흑자는 2012년 7월 이후로 증가 추세이고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부터 외환 보유고 증가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무역 흑자가 전반적인 경제 활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중반 이후로 계속해서 정부의 물가안정목표구간인 2.5~3.5%의 하한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매판매액 역시 2011년 후반 이후로 전년 대비 10% 미만으로 증가하고 있다.

내수 부진의 책임을 대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투자에 인색했다는 점은 질타받기 충분하다.

국내 상위 100대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잉여현금흐름은 1158억달러로 연간 GDP의 10%를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을 배당이나 성과급 등을 통해 가계로 이전시켜 소비를 촉진시키겠단 발상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반발이 심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답

항상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높은 가계 부채다.

2013년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63.8%를 기록, 영국(150.1%)과 미국(114.9%)보다 높았다.

총 가계 부채는 지난 10년 동안 445조4000억원에서 908조1000억원으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하지만 높은 가계 부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계 자산 규모는 부채 규모보다 크다.

가계 자산은 2013년 말 기준으로 2550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GDP의 두 배, 부채의 2.2배나 된다.

원인은 부동산 때문이다.

국내 총 가계 자산의 74% 이상이 금융 자산이 아니라 부동산에 집중돼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면 내수 시장 역시 회복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맥킨지도 주택 관련 지출이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변동 금리를 고정 금리로 전환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자 한다.

문제는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다.

야당은 규제 개혁이 실질적으로 내수 시장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며 오히려 가계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중견 건설사들이 줄도산,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부채상환 능력 저하 등을 고려했을 때 언젠가는 부동산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

이미 시장은 판매자 위주에서 구매자 위주 시장으로 전환된 만큼 용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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