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투기장으로 변질될 수도

종목별 변동성 완화장치 필요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확대된다.

정부는 증시 가격제한폭을 현행 ±15%에서 단계적 확대(±30%)를 추진한다.

가격제한폭 확대는 코스피 기준 1998년 12월 이후 16년만이며 코스닥과 파생상품 시장의 동시 시행 여부는 추가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가격제한폭 확대’를 통해 시장 역동성 제고,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 시장의 가격 발견기능 강화를 꾀하고자 이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반갑지만 대놓고 반길 수도 없는 입장이다.

사실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16년간 유지해 오던 15% 가격제한폭 제도를 현 시점에서 변경하려는 이유는 현재의 주식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역사적으로 주식의 변동성이 극도로 낮아져 있다. 코스피의 20일평균 일간 거래대금은 4조3000억원으로 2000년 들어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시장의 역동성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제한폭을 30%까지 확대한다면 국내외 투자자가 유입되는 효과를 통해 주식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자석효과 차단도 기대할 수 있다.

자석효과란 가격이 투자 제한폭에 근접할 경우 거래기회 상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거래가 생겨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예로 자석효과는 다음 거래일에도 영향을 미쳐 상한가로 마감한 다음날 주가가 급등 출발하거나 하한가로 마감한 다음날 주가가 급락 개장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를 악용해 최근에는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같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자칫 주식시장이 투기 시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제한폭이 ±30%까지 확대된다면 산술적으로 하루 최대 60%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투기적 투자자들의 활동으로 인해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종목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주식시장에 무관심했던 순수한 투자자까지 주식시장에 참여하게 돼 소위 작전세력들이 더욱 활개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정부가 의도했던 대형주들의 변동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대신 중소형주들의 변동성만 극단적으로 확대돼 오히려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이대상 연구원은 “사실 주식 거래와 관련된 규제 및 정책, 어떠한 효과든 그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며 “거래 활성화가 기업의 본질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일반적인 주식의 특성상 상승은 완만하고 하락은 빠르게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투자이익 기대보다 기업의 부실 공개, CEO의 갑작스러운 사임 등 부정적 뉴스로 기업가치가 하루 아침에 30% 이상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정부는 단기간 과도한 변동성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수석연구원은 “제도가 보완될 경우 서킷브레이커 등에서 제기되는 실효성부터 보완해야 한다”며 “서킷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전일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되는데 과거 2000년과 2001년 3차례 발동된 것과 비교해 2008년 금융위기 및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충격 상황에서는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으로 상하한가까지 도달하는 종목들의 대다수가 시가총액이 작은 개별주이기 때문에 종목 수준에서 시장 안정화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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