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선견지명, 흑자 불구 보수적 경영

투자부분 축소 및 다각화한 포트폴리오 구축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캐나다 대표은행으로 불리는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oyal Bank of Canada, 이하 RBC). RBC가 최고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고든 닉슨(Gordon Nixon) 전 CEO의 뛰어난 리더십에 있었다.

투자은행 출신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결단력 및 대처능력을 보이며 금융위기에도 상승세를 이끈 닉슨. 그의 경영방식을 국내 은행들이 참고해야할 것이다.

 
◆닉슨 취임 후 총자산 3배, 주가 2배 성장
2001년 취임이후 RBC를 캐나다 최고 은행으로 만든 고든 닉슨 CEO가 2014년 7월 말 퇴임했다.

RBC는 2001년 닉슨이 취임한 이후 총자산규모가 3배 이상 확대됐고 총자산 기준으로 전세계 40대 대형은행에 포함되며 승승장구했다.

실제 RBC는 2014년 총자산 기준 전세계 37위 은행으로 등극했고 같은해 뱅크 톱 1000 기준(Tier 1 자본)으로는 전세계 40위를 기록했다.

또한 2001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총 순이익이 628억달러로 캐나다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며 주가도 매년 평균 14%씩 상승했다.

참고로 2001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캐나다 기업의 총 순이익(십억달러)을 비교해보면 RBC가 62.8, 노바스코샤(Nova Scotia) 50.7, 토론토 도미니온(Toronto-Dominion) 48.7, 선코 에너지(Suncor Energy) 37.8, 임페리얼 오일(Imperial Oil) 32.9를 보였다.

RBC의 주가도(캐나다달러) 껑충 뛰었다. 2005년 31.55 불과했던 수치가 2011년 51.98, 2014년 80.47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RBC의 고속 성장에 닉슨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꼽고 있다.

실제 닉슨은 미국 베어스턴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실패에 따른 파산 소식을 들은 직후인 2007년 6월부터 ‘위기관리 체제’를 선언하고 내부관리에 집중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을 만나는 등 장기 전략에 주력하던 일상적인 업무를 중단하고 일별로 은행의 자금 사정을 점검하며 꼼꼼하게 운영했다.

이같은 닉슨의 경영방식은 캐나다 전역의 선례로 통용되고 있다.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이자 현 영란은행 총재인 카니(Carney)는 “그가 금융위기 중 보여준 리더십은 캐나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에도 기여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오랜 기간 건전한 은행시스템, 강한 리스크관리, 양호한 지배구조 등이 캐나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회복력을 보여주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정통 은행맨 아니지만 ‘안정적 경영’ 치중
닉슨은 취임 후 투자은행 출신이라는 논란에도 불구,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을 20~30%로 제한하는 등 다각화되고 균형 잡힌 비즈니스 라인을 구축했다.

닉슨은 44세의 젊은 투자은행가로 캐나다 최대 소매은행의 CEO로 취임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그도 상황이 다소 비정상적이라고 인정했었다.

하지만 투자은행 출신인 그의 경영방식이 RBC를 성공가도로 이끄는데 제대로 한 몫했다.

그는 소매금융 부문의 수익은 전체의 절반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부문을 강화하는 등 비은행 부문의 추가 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영국 블루베이자산관리회사(BlueBay Asset Management) 인수(2010년) 이후 자산관리회사의 추가 인수를 암시했다.

반면 대형은행 인수는 규제 강화로 수익성 예측이 어려워 개연성이 낮다고 언급하며 적자가 지속된 미국 상업은행 부문은 2011년 6월 PNC 금융그룹에 매각하고 철수했으나 미국 자산관리 및 자본시장 부문의 비즈니스는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RBC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장기간 동안 높은 성장성 및 수익성을 유지한 것은 CEO의 결단력 및 위기대처능력과 장기적인 전략적 안목에 기인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금융환경에서 부정적 조짐이 인식될 경우 위기관리로 경영 행태를 전환한 CEO의 결단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에 민감한 부문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부문을 조정해 사업부문 간 최적 균형을 유지하는 등 장기적 안목과 전략적 비즈니스 역량의 발휘가 CEO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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