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임박…인수 참여 움직임 없어

한전 부지 개발 총력 등 사실상 불참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현대증권 매각이 사실상 현대가의 불참 속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증권의 정통성을 잇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본입찰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전히 인수 참여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사 기간 완료 전까지 인수 참여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두 달 가까이 진행된 현대증권 실사 작업을 오는 26일 마무리하고 다음달 중순에 본입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 보유지분 25.9%와 현대증권 자사주 9.84%를 합친 지분 35.74%다.

현대증권 인수전은 실사에 참여한 일본 금융그룹인 오릭스, 토종 사모펀드 파인스트리스, 중국 금융그룹 푸싱과의 3파전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실사 기간 안에 인수에 뛰어든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현대증권의 실사 과정에서도 입찰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현대증권 인수전에 현대차그룹이 참여할 수 있게 시간을 벌어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실사 기간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만큼 현재로선 현대차그룹의 불참 속에 현대증권 인수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도 현재 현대차그룹에 놓인 사안들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인수 참여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한전 부지 입찰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인수자가 된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한전 부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과연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증시 침체 장기화에 따른 증권업의 위상 추락과 함께 계열증권사인 HMC투자증권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이 굳이 위험 부담을 떠안으면서 현대증권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냐는 것도 인수 참여의 회의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만약 현대차그룹이 현대증권에 인수 관심이 있다면 이미 TF팀 구성을 비롯해 계열증권사 사장을 그룹 임원으로 임명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현대증권 인수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무엇보다 정통성보단 실리를 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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