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실적 부진 및 경영진과의 마찰로 퇴직

펀드고객 이탈 가속화 … 美당국 비상태세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채권왕’ 빌 그로스(Bill Gross)가 반평생 몸담았던 핌코(PIMCO)를 나와 경쟁사 야누스캐피탈(Janus Capital)로 이적했다.

그가 떠난 후 핌코의 펀드에서 투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등 여파가 만만치 않다.

빌 그로스는 30여년간 채권 강세장에서 꾸준히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실적을 거둔 전설적인 채권펀드매니저다.

그는 핌코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급작스레 핌코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미국 경제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구장에서 나와 경쟁하는 어느 누구라도 철저히 패배시킬 것이며 이는 나만의 ‘건설적인 집착’이다”라고 말하는 등 올해 70세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로스가 돌연 퇴직을 선택한 이유로는 대부분 운용실적 부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경영진과의 마찰 등이 꼽힌다.

실제 그로스가 운영했던 ‘토탈리턴펀드(Total Return Fund)’는 금융위기 당시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며 운영자산 222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채권펀드로 성장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그로스가 채권 강세장의 종료를 예상, 미국 국채투자를 대폭 축소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투자결정이 실패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게다가 비대한 펀드 규모 탓에 신축적인 운용도 힘들어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지난 16개월 연속 총 65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또한 SEC가 핌코의 간판 펀드인 ‘토탈리턴 ETF(상장지수펀드)’의 수익률 조작 조사에 착수한 것도 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로스와 경영진의 갈등도 한 몫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로스는 사임 몇 주 전부터 일부 고위 경영진의 업무 스타일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핌코 더글라스 호지 최고경영자(CEO)도 “그로스가 회사와 경영방침을 놓고 근본적인 의견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세계 채권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그로스가 떠난 후 핌코는 대규모 펀드자금이 이탈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235억달러의 자금이 빠져 나갔으며 펀드 투자등급 강등, 주가하락 등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그로스가 사퇴한 후 초기에는 주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펀드환매가 이뤄졌으나 이후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회수 결정이 잇달아 발표되기 시작했다.

미국 온라인증권사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투자자금 28억5000만달러를 환매키로 결정했고 이어 플로리다(Florida)연기금도 29억달러 중 대부분을 인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아칸소주 교사 퇴직연금이 핌코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자금 유출 및 경영 불확실성 증가를 근거로 핌코가 운영하는 토탈리턴펀드와 다른 4개 펀드의 투자등급을 ‘골드’등급에서 ‘브론즈’등급으로 낮췄다. 컨설팅업체 머서도 토탈리턴펀드의 투자등급을 ‘B’등급으로 내렸다.

그로스의 사임발표 당일 핌코의 모회사인 알리안츠의 주가는 6.2% 하락한 반면 야누스캐피탈의 주가는 창립 이래 가장 큰 폭(43%)으로 상승했다.

핌코는 고객이탈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는 동시에 신임 CIO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핌코는 기존의 팀 단위 협업을 통한 의사결정방식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며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임 CIO로 지명된 다니엘 이바신(Daniel Ivascyn)도 팀워크를 중시하는 리더십과 변화된 채권투자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다니엘 이바신이 운영하는 핌코 인컴펀드는 호주 국채, 유럽 MBS 등 광범위한 투자를 통해 지난 7년간 연평균 12.3% 수익률로 최상위 순위에 올라있다.

한편 미국 금융당국은 펀드런 발생을 우려하며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펀드환매가 계속 확산될 경우 세계 채권 및 파생상품 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펀드유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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