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도치 단속방안 확정발표

법적강제력 없어 실효성 의문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들의 세금도치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았다.

지난달 미국 오바마 정부는 기업합병을 통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세금도치(tax inversion, 또는 기업도치)’를 시도하는 미국 기업을 규제할 새로운 세법 규제안을 내놨다.

세금 도치란 높은 법인세율을 피하기 위해 국외에 거점을 둔 외국 기업을 인수해 본사를 옮겨 세금을 절약하는 기법이다.

이번 오바마 정부가 내놓은 규제안은 크게 4가지로 분리된다.

첫 번째는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 모회사에 배당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새로 설립하게 될 해외 회사에 대출 형태로 이전시켜 법인세를 회피하는 이른바 홉스카티(hopscotch)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단, 해외 자회사 수익은 미국으로 송금되기 전까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이연소득으로 간주된다.

두 번째로 새로운 해외 모기업에 해외 자회사의 지분을 충분히 매입해 지배주주가됨으로써 미국 내 기존 모기업으로의 자금이전과 조세를 회피하는 이른바, 디컨트롤링(decontrolling)의 경우에도 새로운 해외 모기업을 미국회사로 간주해 세제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세 번째 미국회사가 조세회피를 위해 해외 자회사의 현금이나 유동성자산을 새로운 모기업으로 이전시키는 행위도 금지된다.

네 번째 기업도치가 허용되는 외국회사 지분율(20%) 산정기준을 강화해 조세회피 목적의 인수 및 합병을 어렵게 했다.

위 내용은 기존에 인수합병을 완료한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발표시점 이후 성사된 인수합병 건부터 적용된다.

오바마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들어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한 기업도치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조세도피를 목적으로 본사 해외이전 및 해외법인 설립에 나선 미국회사는 13개사에 이르며 2014년 말까지 30개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애브비(Abbvie), 화이자(Pfizer) 등 제약 업체에서 법인세 부담 경감 치원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지난 8월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이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점인 팀 호튼(Tim Hortons)을 인수해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규제안 발표 후 경제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세회피 목적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거는 규제안 발표로 당분간 회사들의 법인도치 목적 인수 합병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중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 재무부는 의회를 우회한 자체 방안으로 추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재계를 대표하는 미국 상공회의소는 “동 규제가 낡은 조세 시스템에 기업을 가두는 불필요한 시도”라고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높은 법인세율을 낮추고 미국 회사들이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많은 현금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키도 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