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 권우영 수석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권우영 수석연구원

최근 국내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동남아시아 소비자금융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 2011년 말 27개였던 동남아시아 신흥국의 국내 금융기관 현지법인 수는 2014년 6월 말 36개로 늘어났으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소비자금융이란 좁게는 고위험·저신용 소비자에게 소액신용대출(Micro-Credit)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넓게는 신용대출, 할부금융, 자동차담보대출, 신용카드 등 소비자에게 신용(Credit)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국내 금융그룹이 굳이 소비자금융회사의 형태로 신흥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현지의 외국인 진입 규제 또는 시장구조 탓에 은행보다 시장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금융회사는 외국계 자본에 대해 특별한 진입규제가 없고 납입자본금 규모도 은행에 비해 크게 낮아 현지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

이에 국내은행은 진입이 용이한 소비자금융시장에서 현지 고객기반과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은행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KB, 하나, BS캐피탈 등 여신전문계열사 역시 동남아시아 소비자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들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최근 국내 경기침체와 규제 강화로 동남아시아 소액대출 및 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해 비은행 부문의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중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지리적, 문화적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의 진출이 여타 지역보다 쉽고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성장 가능성도 높다. IMF에 따르면 주요 동남아 신흥국은 향후 5년 동안 평균 6.6%의 GDP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3.9%)에 비해 2.7%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동남아 신흥국은 은행산업 발달이 부진하고 중산층 이하 비중이 높은 저개발국가에 해당되기 때문에 소비자금융시장의 성장성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필리핀의 대출금리(Lending rate)도 우리나라에 비해 평균적으로 6.8% 포인트 정도 높게 형성돼 있어 국내에 비해 운용수익률을 확보하기 쉽다.

신흥국은 이처럼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기대되는 반면 경제 및 금융시장이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하고 금융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이 단점이다.

역사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은 대외여건의 변화나 정치적 불안정성 등으로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경험해 왔다.

향후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실시할 경우 일부 동남아 국가에 적지 않은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소비자금융회사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영세하고 주로 서민을 상대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경기 및 금융시장의 변동이 발생할 경우 사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아울러 금융시스템이 미흡한 탓에 자체적인 건전성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고 현지 고객의 신용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회사도 동남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보이며 향후 동지역 소비자금융시장 진출 경쟁이 격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동남아시아의 소비자금융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수반되는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소비자금융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지 서민, 또는 중산층 고객기반을 확보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 진출지역의 경기변동과 금융정책 방향 등 경영여건 변화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갑작스런 환경 변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은행의 신용리스크 관리 체계를 현지 소비자금융법인에 이식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신흥국의 금융시스템 선진화에 기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현지 소비자금융회사 인수 시에는 타깃 선정부터 인수 후 통합(PMI)까지 단계별 실패요인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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