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노동조합 이혜진 부위원장

▲전국금융노동조합 이혜진 부위원장

女風 불지만 여성임원 비율 여전히 낮아
노조, 단체협약 통해 일·가정 양립 지원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우리나라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며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를 위해 각 부처가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직장 내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고 단단하며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방탄유리 수준이다.

여성 문제에 있어 항상 선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국금융노동조합 이혜진 부위원장은 “2006년부터 고용노동부가 AA(적극적 고용개선조치)제도를 통해 여성의 고용률과 관리자 늘리기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권은 고용률에 비해 여성관리자 비율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AA제도의 적용대상이 되는 금융기관 29개 중 10개 기관만이 적정 수준의 여성 고용률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 받았고 나머지 19개 기관은 미달 평가됐다.

이 부위원장은 저임금 근로자에 상대적으로 여성근로자가 많이 분포돼 있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금융노조 소속 기관 중 여성관리자 비율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3년간 남성 직원 대부분이 책임자 이상에 분포하고 있는 반면 여성 직원들은 책임자 이하 행원급에 대부분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의 많은 여성근로자들이 기회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며 유리벽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직무별로 보면 여성들은 개인금융에 배치돼 있는 비율이 높은 반면 남성들은 퍼포먼스가 많이 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같은 시기에 같은 조건으로 신규 채용되더라도 배치된 업무로 인해 승진대상에 포함되거나 배제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고위직으로 갈수록 사라질까.

이 부위원장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걸림돌로 출산과 육아문제, 여성과 남성 간의 큰 임금격차를 꼽았다.

그는 “육아가 여성의 몫인가? 육아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혜진 부위원장은 또한 ‘여성이 미래의 희망’이 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금융노조의 역할을 확고히 다져나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금융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금융권 여성들이 일과 가정 모두에서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단체협약을 통해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부성휴가를 유급으로 늘려 아버지들이 육아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사용자 측과 협상 중에 있다.

아울러 여성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신규발령 및 부서배치에서 성역할이 고정되지 않도록 단체협약을 개선하고 30% 이상의 여성할당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성들은 직장생활을 그만두지 않아도 될 것이며 아래로부터 능력 있는 여성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체협약에 이러한 내용을 넣는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 여성할당제 등을 입법화하는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첫 삽을 뜬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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