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에 집중, 은퇴 후 가족간 금전거래 원하지 않아

 

노후상품 선택시 투자형 선호, 서비스보다 수익성 우선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일본의 실버산업은 실패했다. 계속된 경기 불황 속에서 저축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일본의 노인들에게 소비를 부추기는 실버산업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은퇴를 직전에 두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금융기관들의 은퇴 전략은 이제 베이비붐 세대에 가려져 있던 새로운 소비세대 30대로 향하고 있다.

부흥과 폭락 모두 경험한 30대의 이중성
핵심 생산인구이자 국내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30대는 지극히 이중적이다.

88올림픽을 전후로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대중문화 확산으로 다양한 문화적 감성을 누렸다. 사회생활 초기인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겪고 2000년 IT버블, 2002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부흥과 폭락을 모두 경험했다. 이 때문에 사회와 경제구조에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실리적이면서 이해관계에 밝은 세대다.

현재 직장에서 대리나 과장의 위치에 있는 30대는 20대와 비교해 안정된 급여생활을 하고 있으며 40대와 비교하면 교육비나 양육비 등의 지출 부담이 낮은 세대로 저축이나 자기계발에 비교적 자유롭다.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해 이전 세대가 저축을 최고라고 인식했다면 30대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를 하면서도 음식, 문화,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세대다.

소비성향 또한 이중적이다. 품목과 가격대를 정해 놓고 물건을 사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철저히 따지는 현명한 소비를 하지만 디자인적인 요소나 삶의 가치에 따라 충동적인 소비도 서슴치 않는다. 실용적이면서도 충동적이고,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개인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에 맞춰 다양한 선택을 하는 30대를 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은퇴성향을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노후자금 준비에 가장 적극적 ‘40대보다 빨라’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에서 조사한 ‘은퇴성향조사’에 따르면 30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되는 몇 가지 특성이 존재했다.<그래프 참조>

우선 ‘은퇴 후 가장 중요한 요소’로 30대의 과반수 이상이 ‘돈’(55.2%)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가족이나 건강보다 재무적 준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재무적 준비도 관계, 건강, 여가 등 비재무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구별해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성향을 보였다.

재무적 준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노후준비도 다른 연령대보다 빨랐다. 이미 노후준비를 시작한 응답자가 40대보다 많았으며, 국민연금 외에 별도의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20대에 비해 상당수의 30대 응답자가 50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3층 연금을 통해 노후준비를 하고 있었다.

은퇴 후 생활과 인출에 대한 계획도 명확했다.

경조사비를 묻는 질문에 50대는 62%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들의 경조사에 전부 부조한다’고 답했지만 30대는 39%만이 그러겠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61%는 ‘내가 받은 경조사비만 부조한다’고 답했다. 단순히 관계지속이나 품위유지 등을 이유로 불필요한 지출을 원하지 않는 세대인 것이다.

은퇴 후 가족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30대의 판단은 냉철했다.

경제권과 가족의 행복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연령대가 ‘경제권과 가족과의 관계는 별개’라고 응답했지만 30대는 ‘경제권을 쥐고 있어야 가족 간의 관계가 좋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많았다(43.2%). 역시 다른 세대와 비교해 가장 많은 응답자가 ‘은퇴 후 가족 간 금전거래가 없어야 한다(68%)’고 답했다.

노후상품 선택기준은 서비스보다 ‘수익성’을 우선 시 했다. 30대의 66.4%가 ‘주식이나 채권을 활용해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형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100세 상품…30대 돌풍 몰려올 것
30대는 소비여력 외에 투자여력에서도 잠재력이 가장 높은 세대로 노후자금 마련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권에서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만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 공도윤 연구원은 “투자나 자산관리시장의 경우 자산규모가 큰 고령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100세시대의 금융전략은 30대 등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전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후준비 단계를 ‘자산형성기→자산축적기→자산운용기→자산보전기 및 인출기’로 구분할 경우 30대는 자산축적기 단계다. 이들의 자산축적을 돕는 상품 및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자산운용 시장의 규모도 증가할 것이다. 특히 30대가 자산운용 단계에 진입하면 자산축적기부터 거래해 온 금융사와 거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30대는 자산형성 의지가 높고 까다로운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취득력 역시 높아 상품이나 서비스 선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금융회사 선택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게다가 거치식 상품보다 펀드나 랩과 같이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관리하는 상품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이러한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이 높은 금융회사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스마트폰을 활용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좋은 정보를 SNS에 공유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30대의 경우 신규 상품 출시 시 바이럴 마케팅에서도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도윤 연구원은 “이러한 30대의 특성을 공략해 투자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춘 상품을 출시한다면 30대의 자산축적 속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며 “30대 고객의 특성을 잘 파악한다면 과거 적금상품만 고집하던 주부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인 적립식펀드 돌풍을 30대에게서 다시 한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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