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주문정보 담긴 기밀 공유해

美·英 금융당국 43억달러 과징금

글로벌 은행들이 대대적인 망신을 당했다.

국제금융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금융당국이 JP Morgan, Citibank, UBS, RBS, HSBC, BoA 등 6개 글로벌 대형은행을 환율조작 혐의로 43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는 영국 FCA(금융감독청) 17억7000만파운드, 미국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14억7000만달러, OCC(외환 관리국) 9억5000만달러, 스위스 FINMA(연방금융시장감독청) 11억3000만스위스프랑을 부과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 금융당국은 6개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리보금리에 이어 환율시장을 조작한 혐의를 잡고 지난 18개월 간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 왔다.

조사결과 이들 은행은 2008년 1월부터 2013년 10월 15일까지 고객들의 주문에 대한 기밀정보를 공유하면서 환율 벤치마크를 조작한 것이 적발됐다.

특히 오후 1시 15분 기준인 ‘BC 환율(유로화 거래)’과 오후 4시 기준인 ‘M로이터환율(파운드, 스위스프랑 등 거래)’을 주로 조작했다.

은행들은 메신저를 통해 고객신원과 외환거래 의사 등 대외비 정보를 공유한 후 한 방향으로 환율을 움직여 막대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은행들의 환율조작 혐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조치와 관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영국 FCA의 경우 이번 외환조작 관련 조사기간이 리보금리 조작사건에 비해 짧았던 데다, 피해 고객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제재조치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영국 금융당국은 바클레이즈(Barclays)에 대해서 조사를 마치고 제재 수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박해 미국 뉴욕 금융서비스국에서는 바클레이즈에 대한 FCA의 제재 조치가 약하다며 합의를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6개 은행들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조사와는 별도로 미국 법무부, 미국 FRB 등이 조사를 진행 중으로 향후 부과될 벌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환율조작 사건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하락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개 글로벌 은행들이 이번 사건으로 부과될 벌금에 대비해 약 53억달러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어 재무적 타격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글로벌 은행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는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측도 “2012년 발생한 리보금리 조작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 환율조작 사건이 밝혀지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며 “향후 은행들은 신뢰도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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