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내 산업별 조사에서 ‘꼴찌’

판매 실적 급급한 영업문화 탓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영국 은행의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 있다.

대형은행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오랜 세월 동안 고착화된 영업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힘들 전망이다.

다국적 홍보기업인 에델만(Edelman)이 영국의 산업별 신뢰도를 조사한 ‘에델만 신뢰도 지표(Edelman Trust Barometer)’에 따르면 올해 영국 소매은행의 신뢰도는 32%로 전체 산업 중 ‘꼴찌’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깊은 까닭은 고객 니즈와 리스크를 무시한 영국 은행의 영업문화에 있다.

영국 은행들은 전반적으로 상품 판매 실적에만 급급한 ‘실적 만능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영업방식으로 은행업권이 낸 벌금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영국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로 인해 낸 벌금과 보상금은 총 385억파운드(한화 약 66조9000억원)로 채무보험, 이자율 헤지상품, 저축성보험 담보대출 등이 주를 이뤘다.

상황이 이러하자 영국 은행들은 돌아선 고객들을 다시 잡을 방법을 찾고 있다.

특히 신생은행들은 적극적으로 고객 지향적인 영업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메트로은행(Metro Bank)은 뉴욕의 커머스은행(Commerce Bank)을 벤치마킹해 직원 주도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기업문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또 버진머니(Virgin Money)는 새로움과 고객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모기업의 문화를 은행업에 적용키로 했다.

반면 대형은행의 경우 영업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으나 실적 만능주의가 고착화돼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대형은행들의 고객 민원은 여전히 증가 추세다.

시장점유율 기준 영국 4대 은행 로이드(Lloyds), RBS, 바클레이스(Barclays), HSBC에 대한 고객 민원은 2010년 상반기 약 2만6000건에서 2014년 상반기 약 7만6000건으로 급증했다.

은행별 문화 평가에서도 신생은행의 경우 메트로은행 77점, 버진머니 61점으로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은 반면 대형은행의 경우 로이드와 HSBC가 각각 21점, RBS 7점, 바클레이스 4점으로 격차가 매우 컸다.

이같은 영국 은행의 신뢰도 추락 현상이 국내 은행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은행들도 고객정보유출 및 불완전판매 등으로 신뢰상실과 평판 리스크에 노출됐다. 영국 대형은행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객 지향적인 영업문화 정착에 전사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고객 지향적 문화 및 리스크 의식 제고는 은행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단기성과에 경도되지 않는 가치 중심 경영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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