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모 급증…글로벌 금융위기 재현 우려

 
대출손실 최소화, 잠재고객 확보 효과 기대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최근 미국 은행들이 대출손실 축소 노력의 일환으로 학자금 채무조정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나섰다.

이는 미국 내 학자금 대출이 급증하면서 또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자금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은행들에게 선별적인 채권 관리를 통한 대출손실 최소화와 함께 향후 각종 금융상품 서비스를 이용할 잠재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미국 연방정부 및 민간 학자금대출 잔액은 전년동기대비 약 1000억달러 증가한 1조126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민간 학자금대출이 전체 대출 잔약의 약 8%를 차지고 있으며 나머지 92%는 연방정부 학자금대출이다.

학자금 대출 연체율(90일 이상)도 지난 1분기 말 11.01%에서 2분기 말 10.92%로 하락했다가 3분기 말 다시 11.09%로 상승했다.

2003~2011년 사이에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6~9%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1%를 상회하는 학자금대출 연체율은 향후 채권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미국 은행들의 실적 악화는 물론 나아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몰고 올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졸자들이 대출상환 부담으로 결혼이나 주택구입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을 못하거나 구직 제한 등의 여파로 이들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학자금 대출 잔액 및 연체율 증가가 미국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에 대해 적격자와 취약자 대상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줄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저마다의 학자금채무 조정프로그램 가동하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민간 학자금 대출기관(잔액기준)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웰스파고(Wells Fargo)는 지난달부터 적격자를 대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내년 2월부터 대출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결정했다.

3위 규모인 디스커버리 파이낸셜 서비스(Discovery Finacial Services)는 내년 1월부터 적격자 대상의 금리 인하와 취약자 대상의 일부 원리금 감면을 골자로 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다.

2009년에는 미국 최대 민간 학자금 대출기관인 샐리메이(Sallie Mae)가 일정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최장 2년간 적용금리를 1%까지 인하해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미국 연방정부도 이미 월상환액을 채무총액이 아닌 월소득액 기준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매년 재량소득(연방빈곤세의 150%를 기본생활비로 인정해 본인소득에서 공제한 나머지 소득)의 15%를 20년간 상환하고 남은 채무잔액을 탕감할 수 있는 내용의 학자금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들의 학자금채무 조정프로그램이 적격자와 취약자들을 대상으로 아직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대다수 민간 학자금 대출기관이 채무조정에 꺼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미국 은행들에게 잠재고객 확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미국의 학자금 조정프로그램은 통상적으로 연체일이 30~110일 사이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고객의 세부적인 사정에 따라 연체일 적용에 유연성이 가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많은 은행들이 학자금 조정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이를 시행하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연체자 또는 채무불이행 고객에 대한 선별적인 채권관리를 통해 대출손실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고 특히 이들을 향후 각종 금융상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잠재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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