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유가하락으로 해외자본 엑소더스

한국경제에도 악영향 미쳐 … 대책 마련 시급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서방의 경제 제재 심화와 함께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러시아의 금융 및 경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악재들이 지속될 경우 모라토리엄(Moratorium)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발생 시 한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의 금융, 에너지, 국방 기업들에 대해 자본조달 금지 등 경제 제재 수위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폭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은 원유 수출에 약 50%를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의 재정수지와 무역수지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5년 연간 국제유가가 60달러 및 30달러까지 하락하면 러시아의 올해 재정수지적자는 각각 1160억달러, 205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무역수지적자도 각각 1470억달러 및 26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로 인해 해외자본의 유출이 급속하게 일어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러시아의 외국인자본유출액은 총 853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3.4%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연간 1200억달러가 유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채무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총외채(원리금) 규모는 약 1583억달러다.

서방의 금융제재 이후 자본조달 여건은 90일 만기에서 30일 만기로 강화되면서 현재 러시아 기업 및 은행의 외채상환 압력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여파로 2013년 12월 말 5165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2014년 11월 말 4189억달러로 1년 만에 약 1000억달러 가량 급감했다.

이처럼 서방의 경제 제재 및 유가 하락과 함께 재정수지·무역수지 악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대외채무 압박 등으로 외환보유고 대비 유동성이 부족하게 될 경우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라토리엄이란 외국에서 빌려온 대외채무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지불유예’를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 발생한다면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모라토리엄 발생 시 유럽의 러시아 수출 감소와 유럽 경기 부진 여파로 총수출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2.9% 포인트, 0.6%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도 유럽계 투자자금 유출로 신흥국 금융 불안이 고조되면서 한국 금융시장 역시 환율 급등, 주가 급락 등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근 선임연구위원은 “모라토리엄 발생 시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시장은 최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유럽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라토리엄에 따른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경기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는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 격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최 선임연구위원은 주문했다.

아울러 △외국인자금 유입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대비 △원화 가치 강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약화 대비 △러시아 및 유럽에 대한 수출 부진에 대비한 시장다변화 및 대체 수출 시장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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