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신한 등 6곳 당기순이익 69% 급감

 
 
韓 고객 밀집지역 치중 말고 공략타깃 확대해야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최대 해외진출 거점인 중국시장에서 최근 국내은행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 및 한국인시장 중심의 기존 진출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방증하는 만큼 국내은행들이 중국 현지 공략을 위한 새로운 입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말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6개 시중은행(우리·하나·신한·기업·외환·국민)의 중국점포(총 76개) 당기순이익은 4420만달러로 2011년 1억4200만달러 대비 69% 급감했다.

자산이익률도 6개 은행 모두가 0.5% 이하로 하락했다.

특히 하나, 신한, 기업은행의 경우 영업이익과 자산이익률이 2013년까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으며 가장 늦게(2012년) 중국에 진출한 국민은행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의 주요 은행들의 자산이익률은 오히려 개선됐으며 이는 중국 진출 국내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중국 은행시장의 전반적 경영환경 악화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은행과 유사한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HSBC, 씨티, BEA, SC 등 외국계 주요 4개 은행의 경우도 2013년 공통적으로 수익 부진을 보였으나 2012년까지의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고 자산이익률 수준도 국내은행보다 0.6~0.9%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수익성 악화 정도가 아직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이처럼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주로 한국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베이징, 상하이, 산동, 톈진, 장쑤, 랴오닝, 광동 등 중국 동부 연해지역에 영업활동을 치중하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정된 한국인, 한국기업 고객유치를 위한 경쟁이 과열되고 있고 이와 함께 한국기업의 중국투자 자체가 위축돼 영업기반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수도이자 대부분의 현지법인 본사가 소재한 베이징(14개)에 국내은행의 영업점이 가장 많이 개설돼 있고 중국의 경제 및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13개), 한국기업의 주요 진출지역 인 산동(12개)과 톈진(11개)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만수 연구위원은 “장쑤, 산동, 베이징, 랴오닝, 톈진, 상하이, 광동 등 이들 7개 지역에 국내은행들의 76개 영업점 중 70개(92%)가 집중되고 있다”며 “국내은행들이 현지 시장 개척보단 한국기업의 대중투자가 집중된 지역에 진출하는 전형적인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중심 진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입지 전략의 근간이 되는 한국기업의 대중투자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면서 현지 한국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 영업 전략은 한계에 봉착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국내은행들이 수익성 악화 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입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국내은행들이 공략 타깃을 현지고객으로 바꾸고 특히 국토가 광대하고 지역별 비즈니스 환경의 차이가 큰 중국 각 지역의 시장규모와 성장속도, 금융수요자에 대한 접근성, 경쟁 환경, 한국에 대한 친밀감 등을 고려해 수익 창출 기반이 높은 지역에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이 내륙으로 확산되면서 눈에 띄는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 샨시, 쓰촨, 안후이, 총칭 등 중서부 내륙 지역은 국내은행의 진출이 아직 초기단계다”면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 지역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들 지역의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한국기업의 진출도 활발하지 않은 만큼 국내은행끼리의 과당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별로 한 두 지역을 선택해 영업점 개설 중복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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