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금융연구실장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금융연구실장

최근 우리 경제의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로 인한 금융 불안 우려가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관련 DB구축을 통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금통위 개최 직후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요컨대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사정은 한은 외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저성장·저물가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황기의 부채 증가와 불황기의 부채 증가가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 만큼 금융 불안 요소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호황기의 부채 증가는 자산시장의 거품 형성과 붕괴를 통해 금융 불안과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불황기에 진행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는 자산 거품과 무관하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생계형 대출, 그리고 전세자금 대출이다.

즉 이들이 자산 거품의 형성과 붕괴 가능성을 의미하는 고전적인 금융 불안과는 전혀 다른 문제임을 보여준다.

전세자금 대출의 배후에 있는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의 상승 기대가 약화됨에 따른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생계형 가계대출 증가는 내수부진과 고용 불안, 높은 자영업 비중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로 인해 일부 자영업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을 수는 있지만 이 문제는 구조조정과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해결될 문제다.

다시 말하면 불황기에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부실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긴축정책이 아니라 경기회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우선적으로 금융안정을 위해서도 경기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완화적 기조를 취해야 한다.

또 가계부채의 건전성 관리는 미시적인 규제를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