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환율제 폐지로 스위스프랑 가치 폭등

 
수출기업·투자은행·동유럽 손실 불가피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최저 환율제 폐지로 글로벌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SNB의 이번 조치로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자국 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 스위스프랑화 부채가 많은 동유럽 신흥국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SNB은 2011년 9월부터 약 3년 4개월간에 걸쳐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으로 고정되던 페그제를 폐지했다.

SNB는 성명에서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최저 환율제 도입 이후 전체적으로 과대평가가 줄었으며 유로와 유로에 연동된 스위스프랑 모두 미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최저 환율제를 유지하는 정책은 정당성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날 SNB는 최저 환율제를 폐지함과 동시에 기준금리인 3개월 리보(Libor)금리 범위를 종전의 -0.75~+0.25%에서 -1.25~-0.25%로, 예금금리는 -0.25%에서 -0.75%로 각각 50bp씩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SNB가 전격적으로 페그제 폐지를 단행한 것은 계속해서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 받는 스위스 프랑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어 이를 더 이상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위스 프랑의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한 페그제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유로를 매입해야 하는데 현재 스위스의 외화보유액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이란 점에서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번 페그제 폐지와 기준금리 인하 발표는 스위스가 환율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스위스프랑 강세와 유로화 약세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스위스프랑 가치는 유로화 및 미 달러화 대비 20%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프랑 가치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국 수출 기업 및 프랑화 투자와 관련한 금융 회사들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의 경우 수출이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은 유로존에서 발생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시계는 품질 유지를 위해 60%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하며 생산량의 85~95%는 해외로 수출된다는 점에서 스와치 등 유명 자국 시계회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 통화가치가 급등하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수출이 줄고 이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치에 이익 상당 부분을 얻고 있는 스위스 메이저 은행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UBS의 경우 전체 이익 중 75%가 국외에서 발생하는 데 이번 스위스프랑 가치의 급격한 절상으로 적게는 6%에서 많게는 30%까지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몇몇 글로벌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들은 대규모 손실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거래 은행인 씨티그룹은 1억5000만달러, 2위 외환거래 은행인 도이치뱅크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총자산 8억3000만 달러 규모의 에버레스트캐피탈 헤지펀드는 파산을 선언했다.
외환 중개기관들은 고객 손실이 자본가치를 초과하면서 손실이 이전돼 피해를 봤다.

IG그룹홀딩스(영국)와 스위스쿼트그룹홀딩스(스위스)는 각각 4550만달러와 2840만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알파리(영국)는 파산 신청했다.

스위스프랑화 표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도 빚 부담이 늘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프랑 가치가 치솟으면 그만큼 대출상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유럽 국채를 사주던 스위스의 이탈로 당분간 주요국 증시·국채, 금 등 자산 가격이 극도의 혼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역시 스위스프랑 차입자금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원-유로 강세와 유럽 경기 둔화 등으로 가뜩이나 더딘 회복을 보이는 수출경기 회복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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