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까지 시중에 1조4000억유로 풀어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9월까지 매월 국채 매입 등을 통해 600억유로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키로 했다.

돈을 풀어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내고 경제 활력을 되찾겠다는 의중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CB는 내달부터 채권 매입을 시작해 내년 9월까지 매월 600억유로, 총 1조4000억유로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할 방침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그만큼의 돈을 푸는 것을 말한다.

유동성을 늘리면 기업들이 낮은 이자로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 창출 효과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CB가 양적완화를 실시한다고 밝히자 유로화는 11년 만에 최저수준인 유로당 1.1415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즉각 상승세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32% 상승한 10,453.62로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1.02% 오른 6,796.63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1.52% 뛴 4,552.80으로 마감했다.

이탈리아의 MIB 지수와 포르투갈의 PSI 20 지수도 모두 2.4%씩 급등했다.

드라기 총재는 내년 9월까지 물가상승률이 ECB가 목표한 2%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양적완화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ECB의 양적완화 결정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 조치로 유로존이 차입비용을 절감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줄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존 크리들랜드 영국 산업연맹(CBI) 사무총장도 이번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영국과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유로존에는 경제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양적완화가 성공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어떠한 조치에도 경제 개혁을 늦춰서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정치인들은 경기 회복을 위한 틀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ECB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유럽의 정치인들이 경제 개혁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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