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돌파구 ‘小’에서 찾는다
중소기업 및 개인회원 확보해 자산관리서비스 주력해야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국내 퇴직연금시장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및 개인 중심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중소기업 및 개인회원을 대상으로 한 DC형 및 IRP 고객기반 확보가 제한된 금융기관의 퇴직연금사업을 교차판매는 물론 자산관리업까지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05년 말 국내에 도입된 퇴직연금시장은 매년 급성장을 거듭했다.

초반에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퇴직연금사업자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정부의 제도 개선 등에 힘입어 적립금 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2010년 말 퇴직보험 및 신탁 폐지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퇴직연금 도입이 확대됐다.

2014년 6월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시장은 적립금 규모가 87조5000억원에 이르는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가입률은 48.2%로 가입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근접했다.

그러나 점차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퇴직연금 도입이 마무리되면서 적립금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물론 대기업 대상의 DB형 비중은 지난해 기준 69.1%로 DC형(21.7%) 및 IRP형(9.2%)와 비교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은퇴시장에서는 향후 퇴직연금시장이 고용주 및 근로자 모두 DC형을 선호하는 중소기업 위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300인 미만)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5.3%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DC형 및 IRP에 대한 니즈 증가는 환경 및 제도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성과주의의 확산, 잦은 이직, 정년 연장 등으로 퇴직연금 적립의 연속성이 낮아지고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으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DB형보다는 DC형 및 IRP 시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올해 연금계좌 세액공제와 별도로 퇴직연금 추가 납입분에 대해 연 300만원이 별도로 세액공제되면서 이에 따른 IRP 시장은 2020년 40조원대의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비롯해 DC형 위험자산 운용한도 완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제도 역시 DC형 시장의 확대를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기업 대상의 DB형은 수급권 보호 강화를 위해 사외적립비율이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등 운영기준이 강화되면서 DB형 가입 시 기업의 부담은 증대될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승희 수석연구원은 DC형 및 IRP 고객기반 확보가 앞으로 금융기관의 퇴직연금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DB형은 사용주가 금융기관을 선택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주거래 은행과 불일치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기업이 퇴직연금사업자를 교체할 경우 개인고객(가입자)도 동시에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DC형 및 IRP 가입자는 사업자 변경 시 상품 해지에 따른 불이익 등을 근로자 개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이탈 가능성이 낮으며 급여통장과는 달리 근로자가 직접 선택한 금융기관의 계좌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높다.

정 연구원은 “금융기관은 DC 및 IRP 가입자에게 매달 자산운용보고서를 송부하고 고객 유형에 맞는 상품 및 자문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자산관리서비스가 고액자산가에서 대중 부유층을 대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DC형 및 IRP를 통해 확보한 대중고객층을 대상으로 교차판매 및 자산관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뚝 떨어진 개인연금 가입률 … 중산층이 위험하다
세제 형평성 위해 노후 소득보장 외면 말아야
최근 나라를 들썩이게 한 연말정산 대란과 함께 중산층의 한숨이 더욱 커졌다.

정부는 연말정산 시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소득공제의 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해 주요 공제 항목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세액공제의 경우 모든 납세자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동일한 혜택을 보게 되므로 형평성 제고 측면에서 세액공제 전환의 방향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변경됨에 따라 납세자들의 노후 대비 측면에서는 우려스러운 변화가 보이고 있다.

우선 개인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 발표 이후 개인연금 신규가입 건수가 급속히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특히 중산층 이하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현저히 낮다.

개인연금의 급격한 감소는 사적 기능을 통해 선진국 대비 낮은 노후 소득 대체율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해 온 정부의 노후보장 정책과 부합되지 않는다.

보험연구원 정원석 연구원은 “세제혜택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사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제율 재조정 및 소득계층별 차등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정부는 이를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세제개편 이후 신규 개인연금가입 계좌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정부가 세제혜택의 형평성과 더불어 노후소득보장 측면을 함께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를 통한 과세 형평성 제고는 옳은 방향이지만 개인연금에 적용하고 있는 12%의 공제율은 소득수준별 세율을 감안할 때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총 소득이 5500만원 안팎인 중산층 가구의 경우 일부 소득공제를 감안하더라도 15% 혹은 24%의 한계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는 중산층 역시 개인연금 납입액에 대해 최소 3%에서 최대 12%의 세제혜택이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액공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전 보다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개인연금 가입의 효과가 작다는 점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연금 가입에 있어 세제혜택에 가장 민감한 소득계층은 총소득 4000~6000만원의 계층이었으며 총소득 2000만원 이하의 소득계층은 세제혜택 확대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4000~6000만원 소득계층의 개인연금 가입률이 제도 변화로 인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개인연금 상품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 시 자칫 노후소득보장이 흔들릴 수 있다.

정 연구원은 “개인연금제도가 근본적인 목적인 노후소득보장 강화 유인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산층의 세제혜택이 줄어들지 않는 수준으로 세액공제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소득 계층인 5500만원 이하 가구의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줄어들지 않는 세액공제율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 높은 수준의 세액공제율을 제공하는 등 차등적 공제율 적용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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