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입출금통장 개설하는데 자금용도부터 생활권 주소까지 요구

대포통장 막기 위해 강화했지만 자승자박된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최근 동호회 운영자금을 맡게 된 회사원 A씨는 회사 근처 은행에서 입출금자유통장을 개설을 하다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됐다.

자금의 용도부터 본인의 재산여부까지 은행원이 세세히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선 불쑥 종이 한 장을 건냈다.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

금융범죄 방지를 위해서라지만 꼭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변했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외환, 우리, 대구은행까지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들 은행은 자유입출금식 계좌 개설 요건을 강화했다.

거래 목적이 불명확하거나 대포통장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원칙적으로 계좌 개설이 거절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고객들은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금융범죄로 사용되는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돈을 맡기러 온 일반고객을 상대로 깐깐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특히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상 은행에 제공한 거주지 및 직장 외 타 지역 지점에서 계좌개설을 할 경우 제한을 받게 된다.

타 지역에서 계좌개설을 하기 위해선 생활권 주소를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또 국내 거주자의 경우 그동안 여권을 통해 신분확인이 가능했지만 앞으로 본국 신분증 및 신용카드, 지로 등 공과금 영수증을 제출해야만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한 고객은 “대출도 아니고 일반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는 데 은행에서 상당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이래서 누가 은행 지점을 찾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카드나 보험은 지점 방문 없이 다이렉트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은행은 오히려 서류도 많고 불편만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은행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고객 유치에 한창 힘을 쏟아야할 판에 오는 손님을 내쫓는 꼴이란 이야기다.

한 은행원은 “오는 9월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각 은행마다 주거래예금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할 텐데 지금부터 대포통장 막겠다고 고객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누가 고객으로 남겠냐”며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가 오히려 영업을 막는 족쇄가 돼 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타 은행으로 이동할 경우 기존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 내역들이 별도의 신청 없이 이전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저원가성예금, 즉 주거래예금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향후 은행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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