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이어 우양에이치씨도 상장폐지

정부 출자에도 BIS비율은 계속 하락세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이 부실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2012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한 모뉴엘이 파산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우양에이치씨도 상장 폐지된 것.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은 지난 2009년부터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발굴해 집중 육성기업 후보로 선정하고 대출금리 우대, 여신한도 확대 등 전폭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후보 기업들을 매출 1조원 이상, 수출비중 50% 이상인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에 1100억원대의 신용대출을 해줬다가 원금도 못 찾는 상황이 돼버렸고 우양에이치씨에는 약 2000만 달러가 물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히든챔피언 기업 후보들을 숨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수출입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졌다.

실제 수출입은행은 대규모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BIS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NPL커버리지 비율 등 최근 5년 내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수출입은행의 BIS 비율은 10.55%다.

이는 산업, 기업은행과 같은 특수은행 평균 BIS비율인 12.62%를 밑도는 수준이다.

은행 건전성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2012년부터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매년 반복적으로 자본금을 출자해 주지 않았다면 BIS비율은 10%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후문이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 커버리지비율(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은 115.8%로 IFRS가 도입된 2013년과 비교해도 1년 만에 90% 가량 하락했다.

재무 건전성 및 여신 건전성은 물론 손실흡수능력까지 악화된 셈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 5년 평균의 62% 수준에 불과하다.

즉 히든챔피언 기업들의 연이은 부실사태가 이어지면서 재무적, 비재무적 차원에서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뉴엘에 이어 우양에이치씨까지 도산 위기에 휩싸이면서 히든 챔피언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 선정부터 관리 실태까지 재점검에 나서야 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도 “수은은 ‘정부가 어떻게든 해주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실적위주의 경영전략을 탈피해 은행 경영과 내부통제에 있어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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