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모델과 달라 전산 오작동 우려

금융투자 관련 법적인 계약도 수정 필요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최근 유럽에서는 이론상으로 가능했던 마이너스 금리가 실질적으로 확산되면서 전산시스템 오작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실시로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럽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영국지사 금융서비스 부문 책임자 케빈 버로우(Kevin Burrowes)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1999년 Y2K 공포가 재연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밀레니엄 버그’라고도 불리는 Y2K는 컴퓨터가 2000년 이후의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결함으로, 컴퓨터가 2000년을 00년으로 인식하게 되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당시 유럽은행은 단일화폐인 유로화 출범 시기와도 맞물려 Y2K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통화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ECB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초단기수신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췄다.

이어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의 중앙은행들도 자국통화가치 급등 및 디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올해 들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유로존 전체 국채 중 4분의 1인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유로존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이다. 여기에 ECB가 디플레이션 압력 해소를 위해 지난 3월부터 1조10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데 일조했다.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회복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지만 일반적인 금융원칙에 위배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게 됐다.

실제 유럽에서는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면서 오히려 웃돈을 줘야하고 채무자는 웃돈을 받고 돈을 빌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전역의 은행, 브로커 및 여타 금융기관들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맞춰 전산시스템은 물론이고 금융상품 투자를 둘러싼 법적인 계약까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5년 전 Y2K 문제처럼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지는 않겠지만 마이너스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코산탄데르(Banco Santander) 은행은 기존의 금융모델이 마이너스 금리를 취급하도록 설계되지 않아 일부 오래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작동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변동금리 회사채를 기발행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요구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서 변동금리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플러스 금리를 전제로 한 기존 금융상품들이 모두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올해 유럽의 변동금리 채권 발행액은 50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960억 달러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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