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출신 김기헌 부행장“은행 갑질 관행 뿌리 뽑겠다”

국민은행 IT가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IBM 사태로 바닥까지 떨어진 국민은행 IT의 위상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 열쇠는 올해 초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IT그룹의 수장이 된 파격인사의 주인공 김기헌 부행장(60)이 쥐고 있다.

국민은행 전산부 출신인 김 부행장은 삼성SDS 금융사업부 전문위원으로 15년을 근무한 후 다시 국민은행으로 돌아왔다.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은 그를 IT그룹의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소위 ‘을’을 갑 중의 ‘갑’으로 만든 전무후무한 인사였다.

금융SI 시장에서 저가 수주와 적자 사업은 누구나 아는 불편한 진실이다.

대외금융사업을 접은 삼성SDS는 지난 10여년간 외부 금융사업에서만 약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남아있는 SI 양대 산맥인 SK C&C, LG CNS 또한 금융사업부 존립의 당위성을 매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똑똑하고 경험 많은 인력은 시장을 뒤로 하고 그 빈 자리를 수십, 수백의 협력업체들이 메우고 있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의 2기 차세대가 기다리고 있는 지금,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은 금융권 전산시스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김 부행장은 국민은행이 2기 차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결단을 내린다. 

인건비 후려치기, 글로벌 IT기업 종속이라는 금융IT의 뿌리깊은 관행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인건비’를 사수하고 ‘국산 소프트웨어’ 사용을 국민은행 IT가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은행에서 인건비를 다운시켜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발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금융IT시장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앞으로 국민은행 IT사업 예산 수립 시 인건비 부분은 반드시 사수할 것”이라며 “또한 외산 제품에 종속된 국내 은행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국산 소프트웨어 사용에 오픈된 마인드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은행이 먼저 그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IT사업을 과감히 제외시키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만 집중해 인건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IT그룹 직원들에게는 외부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고 미팅을 원하는 업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만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국민은행의 변화가 굳게 닫힌 국내 은행들의 IT조직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그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삼성SDS에서 금융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금융IT시장의 밑바닥을 본 김기헌 부행장. 금융IT 업계가 그의 의미심장한 결단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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