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확대 등에 기인… 외부충격 취약성↑

   
 

유동성 확보 위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 요구돼


<대한금융신문=서병곤 기자>지난해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무역흑자 축소, 자본유출 확대 등으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외환유동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외환보유액 통화별 구성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말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7조7400억 달러로 전년대비 114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1995년 IMF가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후 연간기준으로 처음 급감한 것이며 분기별 기준으로는 지난해 2분기 82조6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ING인베스트메니지먼트(Investment Managerment)가 집계한 15개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액도 올 1~2월에만 2997억 달러가 급감하는 등 지난 3개월간 전례 없이 큰 규모로 줄어들었다.

ING인베스트매니지먼트 장바쿰(Maarten-Jan Bakkum) 신흥시장 전략가는 “신흥국의 외화보유액이 지난해 6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멕시코,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감소했는데 이는 세계경제에 매우 중요한 변화다”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가 최근 신흥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올해에도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원인으론 무역흑자 규모 축소, 미 달러 강세에 대응한 외환시장 개입, 자본유출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신흥국 무역흑자 규모는 2011년 4475억 달러에서 2012년 4142억 달러, 2013년 2241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의 하락세 지속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무역흑자가 크게 감소하면서 그 규모가 더욱 축소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사상 최대인 910억 달러의 순자본유출을 기록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5월 4조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12월 3조8000억 달러로 감소했다.

그동안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채권시장에 유입되면서 선진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감소가 지속되면 신흥국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선진국의 경우도 신흥국의 채권수요 감소로 자금유입이 어려워 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흥국 정부는 자국 경제 및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미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 달러화 장세가 가속화돼 신흥국의 외채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외환보유액 통화 가운데 미 달러화가 차지는 비중은 전분기보다 0.5% 포인트를 증가한 62.9%를 기록하며 여전히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을 나타냈다.

반면 유로화 비중은 같은 기간 22.6%에서 22.2%로 줄어들었으며 연간기준으로는 11% 감소했다.

이는 유로존의 양적완화 실시,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따른 유로화 약세·미 달러화 강세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면 유로화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