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치열, 궁여지책에도 손해율 개선 미미

대형사와 양극화 심화…“전체 시장 악화 우려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중소형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보험 특약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대형사들이 마일리지 및 장기무사고자특약 할인폭을 확대한 것과 반대되는 모양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이 다음 달부터 긴급출동서비스, 블랙박스 할인율 조정에 들어간다. 흥국화재는 6월 15일 책임개시일로부터 긴급출동 특약보험료를 3%가량 높일 예정이며,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5%에서 3%로 축소했던 개인용 중형 차량에 대한 블랙박스 할인율을 다음달부터 2%로 축소한다.

여타 중소사들 역시 긴급출동서비스 특약이나 자동차상해 특약에 대한 보험료 조정이나 보장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에서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손해율 개선이 뚜렷이 보이지 않자 일정부분 적자를 낮추고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긴급출동 등의 특약보험료는 전체 보험료 대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보험료 상승에 따른 부담이나 손해율 개선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약보험료는 자율이기 때문에 변동이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소비자들은 민감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전체적으로 시기를 달리해 특약보험료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중소사들의 경우 살아남기 경쟁에서 튀지 않기 위해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해율이 나쁘다 보니 보험료 조정은 어쩔 수 없지만 사실상 전체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손해율에 큰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사들이 눈치를 보며 보험료 조정에 들어간 것은 가격경쟁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손해율을 개선하려는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는 삼성화재를 필두로 대형사들이 온라인 자동차보험 공세에 이어 마일리지특약 할인폭 확대 등 우량고객 모시기에 나서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기승도 박사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지속적인 적자에 놓여있기 때문에 가장 큰 당면과제는 적자 개선”이라며 “그러나 보험료를 조정하기 어려워 위험도가 낮고 손해율이 좋은 계층의 고객을 끌어오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고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각종 할인혜택을 확대해 우량고객 확보를 통한 손해율 개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2위권 보험사들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경쟁적으로 할인폭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 문제는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무리하게 중소사들이 할인폭을 확대할 경우 오히려 전체적인 손보시장 악화라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승도 박사는 “업계 전체적으로 할인폭을 확대할 경우 고객에게는 각자의 위험률에 맞는 보험료가 적용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충분한 할인폭 조정에 있어 적정한 요율 테크닉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고객을 뺏기 위한 할인경쟁이 이어질 경우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의 악화로 이어져 올해 적자폭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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