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경고 발언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국채금리 급등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말 한마디에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금리가 급격한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ECB 통화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유로화 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이 바닥을 쳤다”면서 올해 물가 전망치를 0%에서 0.3%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그는 “채권시장의 불안이 높아지는 시기에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금리 상승을 용인하고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경고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채권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날 미국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9bp(1bp=0.01% 포인트) 오른 2.36%로 지난해 11월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 가능성을 시사한 2013년 6월 이후 최대치이다.

같은 날 독일의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전날보다 18bp 상승한 0.89%를 기록했다. 그 전날 17bp가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유로존 창설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밖에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각각 2.09%, 2.13%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미국과 유럽의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그 여파는 곧바로 일본을 강타했다.

지난 4일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0.5%로 전날보다 3.5bp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8일 이후 약 6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일본의 장기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4차례나 상승하며 0.47%를 기록한 바 있지만 0.5%까지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국채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10년물 국채금리가 독일의 경우 1.45%까지, 미국의 경우 2.7%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글로벌 국채 수익률 급등 현상이 신흥국에 여파를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국채금리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리스크가 높은 신흥국에 유입됐던 자금이 이탈, 신흥국 주식시장의 하락과 외환위기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체제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아시아 신흥국이 가장 곤란에 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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