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생명보험상품팀 장이규 팀장

▲ 보험개발원 생명보험상품팀 장이규 팀장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지하철, 버스, 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고개를 숙인 채 생활하는 사람들의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이 이들을 고개 숙이게 만들었을까?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1위다. 2013년 기준 인구 100명당 67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22%임을 감안하면, 가히 ‘스마트폰 왕국’이라 불릴 만하다. 스마트폰은 쉽고 편리한 접근성과 방대한 정보량 덕분에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의 ‘동반자’가 되면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변화는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예로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이용의 증가를 들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현대인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변화는 소비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소비만 하는 과거의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벗어나 직접 제품의 생산·개발에도 참여하는 ‘생산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맞춤형 보험상품이 등장하는 등 보험산업의 마케팅 기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생명보험상품은 ‘구매되는 상품이 아니라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인식처럼 비자발적인 특성으로 인해 보험사가 소비자를 찾아가 그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시켜 가입을 유도하는 형태로 판매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검색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보험상품을 찾아 주체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들은 앞다퉈 다이렉트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휴대폰을 통해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모바일슈랑스’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는 이익창출능력 저하로 고심하고 있는 생명보험산업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계약을 통해 판매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높은 유지율로 인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저렴한 보험료와 이해하기 쉬운 상품 공급을 통해 소비자 편익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 소비자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2~30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특화된 상품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완전판매(Miss-selling) 방지를 위한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불완전구매(Miss-buying)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입절차를 수립하고, 역선택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도 수반되어야 한다.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반복’으로 규정했다. 한 문명의 흥망성쇠는 외부요인이 아니라 각종 도전에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잘 응전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는 그의 이론처럼, 디지털 혁신에 직면한 생명보험산업이 이를 기회로 삼아 진일보한 미래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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