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 이정훈 선임연구원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 이정훈 선임연구원

미국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시화와 맞물려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양호한 경제흐름 속에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지만 고용지표와 주택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도 회복세다.

미국 고용지표에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5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수도 28만명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흐름이다.

주택시장도 신규주택 판매가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건축허가 건수도 5월 125만건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옐런 연준의장은 지난 5월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요 금융기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불룸버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9월 금리인상을 예상한 의견이 84.9%였고 97.8%가 연내 금리인상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국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데 과거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금리정책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했으며 방향성이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1995년 5월 이후 현재까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화를 기준으로 총 3번의 하락기와 2번의 상승기를 포함하는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가 시작된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같은 방향으로 조정하기 시작하기까지는 평균적으로 9.7개월이 걸렸으며 총 3차례 중 2차례는 1년 이상이 걸렸다.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와 반대방향으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정한 사례도 7차례나 됐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에 시차가 발생하거나 방향성이 다르게 나타난 것은 국내경제와 미국경제의 여건 차이에 이유가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2004년 8월과 11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T경기 둔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으로 인한 성장세 약화를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8월에도 한국은행은 국제금융시장 불안, 미국경기부진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결국 그동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미국 기준금리 변화의 방향성보다는 국내 경기상황을 적극 반영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즉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MF와 세계은행의 권고와 그리스 사태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 경제 흐름이 양호하고 옐런 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FOMC 위원들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9~12월 회의에서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경제상황은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소비와 투자도 회복세가 미약한데다 가계부채도 크게 증가해 성장동력이 크게 저하된 상황에서 물가수준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은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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