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JT’ 이미지 위해 김한조 통합행장 가능성

▲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천리마를 가려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백락’에 대한 고사가 둘 전해진다.

하나는 백락이 말을 봄으로서 말의 가치가 올랐다고 하는 백락일고(伯樂一顧)이며 다른 하나는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소금수레를 끄는 모습을 보고 백락과 천리마가 같이 울었다는 기복염거(驥服鹽車)의 고사다. 모두 《전국책(戰國策)》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이 고사에 담긴 메시지는 리더의 덕목 중 인재를 가려 볼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나라의 대문장가 한유는 《잡설(雜說)》에서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인재는 사방에 존재하는데 인재를 가려볼 백락과 같은 사람이 없어, 쓸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과 ‘백락’
최근 금융권발 빅뉴스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합의일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입장에서는 묵은 숙제를 털어내는 일이었고, 하나금융의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을 끄는 쾌거였다.

이 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탁월한 용인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회장은 인재를 알아 본 백락이라 할 수 있다.

김 회장의 통합 그림판은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특히 통합 협상의 키를 외환은행 노조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장의 역할은 중차대했다.

구조조정 등의 불길한 단어들이 난무하는 시장 환경에서 노조와 효과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지난 1년 5개월 동안 김한조 은행장은 통합협상 과정을 인내와 설득으로 유지해 왔다.

합의서를 작성하는 영광은 김 행장에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김정태 회장의 손에 들린 합의서는 김 행장의 성실한 협상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주면서 노조와 협상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그런 협상과정은 김 행장의 능력을 알아본 김정태 회장의 눈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김 행장이 은행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고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상황 관리가 되지 않았다면 지난주 김정태 회장에게 합의서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법원에 의한 가처분신청 기각 결정이 외환은행 노조의 결기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나긴 협상 과정이 가져다준 협상피로증상도 전격적인 합의 도출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환은행원의 입장과 김정태 회장의 요구 사이에서 최적의 답을 구하고자 한 김 행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핵심적인 역할이었을 것이다.

#김정태 회장의 생각은?
통합하나-외환은행의 자산규모는 290조원. 말 그대로 1위 은행이 된다. 1위 은행이 된다고 수익구조가 개선되거나 수익의 규모가 비례적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의 내용과 방향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규모의 경제의 실현 규모가 달라진다.

김정태 회장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중복업무 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법인세 등의 조세 절감 등의 효과라도 얻어내면서 추가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면 통합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였을 것이다.

외환노조와의 합의된 내용에 따르면 ‘구조조정은 없다’이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의 인력구조는 삼각형이 아니라 항아리 구조를 띄고 있다. 외환은행의 구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외환은행의 임금수준은 하나은행보다 평균 2000만원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외환노조에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김한조 행장과의 단판보다 김정태 회장과의 단판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김 회장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난주 하나은행의 인사담당 상무가 국회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을 찾아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외환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은 절대로 없다고 한다. 다 필요한 인력이어서 오히려 구조조정을 하면 새로 채용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다가오는 국감에서 따가운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 상황 관리 차원의 말일 수 있지만, 김정태 회장이 이 약속을 어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추가적인 시너지 창출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느냐의 큰 숙제가 김 회장 앞에 놓여있을 뿐이다.

백락으로서 통합을 일궈내는 인재 용인술까지는 성공했다. 그런데 남은 숙제는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김 회장은 백락에 이어 관중(管仲)이 되어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김한조 은행장의 성골 가능성은
통합은행의 은행장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김한조 행장이 통합은행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제3의 외환은행 출신의 은행장이 나올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합의서를 김정태 회장이 못 박은 날짜(10일)까지 받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김한조 행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현재 김 회장은 외환은행원들의 신뢰를 얻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5년 독립경영의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을 만큼 통합이 시급했던 김 회장은 통합 시너지를 위해서라도 신뢰를 쌓아가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은행장 선임은 ‘통 큰 김정태’의 이미지를 확정지을 핵심 이벤트이다.

290조 자산의 통합은행이 안착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통합될 외환은행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 점을 김정태 회장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한조 행장이 비성골 출신으로서 하나은행의 성골에 들어가는 첫 케이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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