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패러다임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
정태영 목표 정하고 움직이는 마이웨이 구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스마트워치가 남성 패션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지난달 스마트워치 앱 결제 서비스를 발표했다. 남성이 외출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 세 가지인 지갑과 휴대폰과 자동차 열쇠가 앞으로 스마트워치로 통합될 것이라는 것이 판단 근거였다.

각종 스마트 기기를 남보다 먼저 이용하는 사람을 얼리어답터라고 부르는데 위 사장도 거부감 없이 IT기기를 먼저 찾아 이용한다고 한다. 스마트워치도 그가 먼저 사용하고 트렌드를 읽어낸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위 사장은 각종 IT기술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용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13년 취임사는 물론 올 신년사, 그리고 최근 하반기 영업전략 회의 등 주요한 분기점에서 그는 ‘빅데이터 예찬론자’를 자처하고 있다.

“질적으로는 2200만 고객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라는 시장 화두를 선점하고, 분석 역량도 한층 강화하였습니다.”(2015년 신년사)

모바일 카드도 시장을 선점하듯 발표하여 지난해 2조원 가량을 취급했고 올해도 지난 5월까지 1조4000억원을 거래해 지난해의 70%선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그는 “50대 이상의 고객들도 온라인결제를 하기 시작했다”며 스마트폰 앱과 스마트워치 앱을 통해 모바일 결제시장 성장에 대비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40명 전원을 빅데이터와 IT를 포함한 핀테크 전문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위 사장의 눈에 카드결제서비스 시장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할지 한 눈에 꿰고 있는 듯한 행보다.

이 같은 신한카드의 전략은 여타 카드사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 위 사장이 지난 신년사에서 말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을 신한카드가 취하고 여타 카드사들은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 잡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따르는 형국이다.

▲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마이 웨이”
그런데 유독 현대카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드업계의 청개구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정 부회장의 페이스북에 스마트워치와 관련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데 난 아직은 스마트워치에 관심이 없다. 시계는 군말 없이 항상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시계마저 하루에 한 번씩 충전해야 하는 생활은 피곤하다. 어차피 바로 옆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시계마저 연동할 필요가 있는지 현대의 기능만으로 보아서는 No thanks.”(페이스북 2015년 7월 28일)

신한카드 위성호 대표의 적극적인 스마트워치론과 비교할 때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르다.

이뿐이 아니다. 그의 빅데이터 무용론은 언론에 단골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기까지 하다. 역시 최근에 페이스북에 올린 빅데이터 관련 글은 과거의 행보보다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빅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다.

“빅데이터의 흔한 오류는 ‘많이 쌓여 있는 데이터를 더 정밀하게 분석하겠다’는 생각이다. 멋있게 들리지만 막연하고 과도한 데이터의 창고에서 진전이 없다. 성공 사례도 많이 없다. 데이터로 성공하는 회사들은 순서가 거꾸로이다. 사업을 정하고 거기에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 지 정하고 그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구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래서 다루는 데이터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진정한 빅데이터이다.”

사업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빅데이터에 접근해야지 막무가내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봐야 큰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모바일 카드도 마찬가지 스탠스이다. 신한카드 등은 모바일 카드를 발표하고 적극 대처를 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모바일 단독카드가 특화된 혜택이 있지만 용도 폭이 너무 적고 실제 수요보다는 시류에 치우친 느낌이라 출시를 보류한다”고 말하고 있다.

핀테크와 관련한 주요 아이템에서 현대카드가 여타 카드사와 엇박자를 내는 이유가 나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 회장의 행보 뒤에는 그 나름의 대가(大家)론이 자리하고 있다.

“고수는 무얼 이루고 싶은가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위한 구성요소들을 모은다. 어설픈 사람은 멋진 요소들을 모아서 뭔가를 보여주려 한다.”(페이스북 2014년 6월)

그 나름의 고수가 되고자 마이웨이를 하는 것이다.

#위성호 vs 정태영
의도적으로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다른 두 사람의 행보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년전 위 사장은 현대카드의 챕터2 전략을 2등 전략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정 부회장은 이를 되받아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각각 이유 있는 1등과 근거 있는 고속 성장을 하는 카드사의 수장답게 퍼스트 무버 전략과 나홀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서로 다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신한카드의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위 사장은 보고서를 만드는데 쓸데없이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간다며 보고서는 가능한 세 장 이내로 작성하고 보고서 담당 실무자를 배석시키라고 보고문화의 단순화를 주문했다.

정 부회장도 지난해 7월 각종 보고서는 물론 동호회 모임까지 정성스럽게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습관이 업무 효율을 해친다는 보고를 받고 본부별로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한 달간 파워포인트 절대 사용금지 기간을 설정했었다.

그리고 전화와 이메일로 보고를 하면 될 것을 굳이 파워포인트까지 사용해 가며 멋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문화라는 것이다.

IT와 핀테크 이슈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이 보고문화의 단순화에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자의 주인으로 사는 법
보고문화의 단순화는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IT 이슈도 효율성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양사가 다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은 지향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아가는 길이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가 이유 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차라리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겠소.”

《장자》의 한 대목이다. 초왕이 대부를 보내어 장자에게 나라 일을 봐달라고 부탁을 하자 장자가 한 대답이다.

이 말의 함의는 자신의 주인으로 자신이 만든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만든 기준에 따르기보다 자신이 기준을 만들어 그것을 적용하면서 살아야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가 살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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